고3 "입시 중요한데 시험 못볼까 걱정"
교육부, 논란 커지자 인정점 유지 기존 방침 유지
'별도 시험장 마련해달라' 청와대 국민청원도
방역·교육당국 '엇박자' 지적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중·고등학교에서 1학기 중간고사가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는 중간고사를 볼 수 없다는 방침이 확정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교육부의 의지에 따라 시험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교육부는 확진 등으로 평가 응시가 제한을 받았던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어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올해 첫 고등학교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2022.03.24 photo@newspim.com |
특히 교육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간고사도 수능과 검정고시처럼 확진자 별도 시험장 마련해 응시하게 해달라'는 학부모들의 글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간·기말고사 기간에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시험을 못볼 경우 인정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올해도 이 같은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전날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진 학생 중간고사 응시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확진 학생의 중간고사 응시 제한 원칙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마다 다른 여건으로 인한 별도 고사실의 차이, 동일 학교 내에서도 별도 고사실과 일반 고사실의 차이 등은 평가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며 "평가의 공정성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5700여 개의 중·고등학교가 학교당 3~5일간 중간고사를 실시할 경우 확진 학생의 장기간 외출에 따른 교내·지역사회 등 감염 우려가 있다"며 "확진 학생이 시험 응시와 성적 인정점 간 유불리를 고려해 응시 여부와 응시할 과목을 선택할 경우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고2・3학년 중 이전 학기에 확진 또는 자가격리로 인정점을 받은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존과 같이 인정점을 부여하는 방침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학생들은 입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시험을 치르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고등학교 3학년 최모(19) 군은 "대학에 가려면 학교 내신이 중요한데 시험 기간에 확진이 되면 시험을 못볼까봐 걱정된다"며 "작년에도 전교 1등이었던 친구가 가족의 자가 격리 때문에 시험을 못봐서 안타까웠다. 인정점 처리 절차도 복잡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이모 씨(27)는 확진자 고사장의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이씨는 "확진자 고사실의 감독을 누가 하고 싶겠냐"며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동선이 겹칠 수 있어 비확진 학생과 학부모들이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추가 전파 위험이 없다면 협의가 가능하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중간고사 등 기관 내 자체시험에 대한 운영 계획을 마련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확진자들이 공무원 시험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응시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중간고사도 가능하다는 취지다.
반면 시도교육청은 방역당국의 지침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방역당국과 교육부로부터 확진 학생 외출 허용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 사항을 전달 받은 바 없다"며 "논의 결과가 나와야 추후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학교에 별도 고사장을 마련해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동시에 시험을 보게 하더라도 공간 제약상 동선 분리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올해 1학기 중간고사 기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교육부가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학생들의 반발은 더 크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확진 학생들이 불이익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10만명 내외에 달할 확진 학생으로부터 추가 감염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고, 시험 관리가 힘든 여러 한계와 현실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sona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