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관 A씨 음주 전과 보고하지 않아 정직 3개월
1심 ' 청구 기각'·2심 '항소 기각'
대법원 "원심, 징계 시효 기산 법리 오해해"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육군이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부사관에게 징계 시효가 지났음에도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육군 부사관 A씨가 제32보병사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처분 무효 확인 등의 소송 상고심에서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15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벌금 400만원형에 처한 전과가 있다. 육군 장교인사관리 규정에 따라 부사관은 민간검찰 및 법원에서 형사 처분을 받은 경우 징계권을 가진 직속 지휘관에게 즉시 보고해야 한다.
육군참모총장은 위 규정과 별도로 2009~2019년까지 매년 부사관 진급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진급 선발 과정에서 그동안 보고하지 않은 민관기관 처분 사실이 있는 자는 자진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A씨는 음주운전으로 약식 명령을 확정받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2019년 복종의무 위반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군 사령부 징계 항고 심사위원회에 항고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군인사법에 따라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하면 징계시효가 완성된다"며 "이 사건 처분 당시 징계 사유 발생일로부터 3년이 지났음이 명백해 보고 의무 위반을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A씨에게 형사 처분 사실을 보고할 의무는 2019년 7월에 새로 발생했으므로 징계시효가 지났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처분에서 징계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부작위"라고 판단했다.
2심 또한 "육군 규정은 인사상 불균형을 방지해 인사 관리의 형평성과 공정성,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함에 그 목적이 있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군인사법은 징계 시효를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으로 정하고 있다"며 "군인사법이 징계 시효를 둔 취지는 징계를 못한 경우 그 상태가 지속되면 타당성 등을 묻지 않고 군인의 직무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데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심은 징계 시효가 A씨가 징계권자에게 약식명령 확정 사실을 보고한 때부터 기산될 수 있다고 보고 A씨의 징계 시효 경과 주장을 배척했다"며 "이러한 판단에는 징계 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