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일자리 불안정
주민 소득 감소로 소비 위축
中 정부도 내수 진작 강조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중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들의 매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거센 확산세에 중국 경제·금융 중심인 상하이(上海)마저 봉쇄된 가운데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것이 주민 소득에까지 영향을 주어 소비가 위축되면 글로벌 기업들마저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진=셔터스톡]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노무라금융투자 분석을 인용, 최근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건설 프로젝트와 제조업계 등의 경영 활동 중단이 잇따르면서 중국 경제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중국 소비자, 특히 전염병 확산에 따른 지역 봉쇄나 조업 중단으로 실업 상태에 있거나 직장에서 단절된 사람들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덧붙였다.
14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세계 최대 소비재 시장으로 부상했다. 경제의 고속 성장과 함께 주민 소득 역시 빠르게 증가하면서 중국의 소비 시장 규모가 머지 않아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실제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소비 시장 규모는 약 44조 8000억위안(약 8564조 41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중국 국무원은 중국의 연간 소매액이 2025년 50조위안에 육박하면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중국의 거대한 소비 잠재력을 엿본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자동차 기업들과 제조기업, 호텔 체인 및 소비 전자 회사들이 앞다퉈 중국에 진출했고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 보너스를 공유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컨설팅 업체 카프론아시아의 제논 카프론(Zennon Kapron) 전무는 "지난 10년 간 스타벅스와 애플 등 미국 기업에 있어 중국은 핵심 비즈니스 원천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0년 초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상황에 중국 경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의 실적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논 카프론은 "중국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다면 애플·스타벅스 등 기업 매출이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다른 어떤 시장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정부 역시 중국 내 소비 성장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는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3두 마차' 중 하나로 중국 정부는 일찍부터 내수 진작을 강조해 오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당초 예상치 보다 높은 '5.5% 내외'를 제시한 가운데 올 한해 소비와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중국 경제 및 금융 전문 매체 증권시장주간(證券市場周刊)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확산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현재, 올해 수출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경제 성장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비 증가율이 최소 6.5% 이상이어야 한다고 추산했다.
앞서 중국의 지난해 8~12월 소비재 소매 총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평균 5% 미만에 그치면서 내수 시장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전염병 확산 여파로 서비스형 소비의 공급과 수요가 감소한 점 △소비 심리 위축 속에 저축 수요가 커진 점 △반도체 공급 부족 등으로 자동차 등 중점 업계 소비가 영향을 받은 것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중국은 지난 3월 열린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의 2022년 정부공작(업무)보고에서 '소비의 지속적인 회복 추진'을 강조하면서 △생활 서비스 소비 회복 △원자재 소비의 안정적 증가 △도시 커뮤니티 및 농촌 소비 육성 세 가지 차원의 세부 조치를 발표했다.
이 중 원자재 소비 증가와 관련해서는 신에너지차 소비를 계속해서 지원할 것과 지방의 친환경 스마트 가구·가전 소비 장려 등이 세부 조치로 언급됐고, 도시 커뮤니티 및 농촌 소비 육성 세부 조치에는 농촌 전자상거래 및 물류 완비와 생활 서비스형 인프라 건설 가속화 등이 포함됐다.
중국의 소비 진작 노력이 일단은 효과를 보는 모습이다. 실제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2월 소비재 소매 총액은 전년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난 7조 4000억위안을 기록했다. 특히 이 기간 서비스업생산지수가 전년 대비 4.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비스형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반영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3.8%의 비중을 차지했던 상하이마저 결국 봉쇄에 돌입하면서 올 초의 소비 회복 흐름 지속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상당하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소비 진작에 더욱 팔을 걷어부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가통계국 푸링후이(付凌暉) 대변인은 "현재 전염병이 접촉성·밀집성이 높은 서비스업을 상당히 크게 제약하고 있다. 관광·교통·요식업 등 업계의 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의 전염병 확산으로 관련 서비스 업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향후 서비스 업계에 대한 지원 정책을 철저히 시행해 어려움을 겪는 업계의 발전을 촉진하고 서비스업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신(中信)증권 역시 올해 소비 증가의 최대 변수로 코로나19를 지적했다. 중신증권은 그러나 "전염병 상황이 점차 통제되면서 소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소비 증가세 회복이 경제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가가 올해 경제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