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필설로 형용 어려울 만큼 중대" 무기징역
2심 "정신·정서적 문제 있는 사람"...정상 참작
도박·카드빚 등으로 말 다툼 끝 살해·증거인멸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사실혼 관계의 동거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60대 남성이 징역 35년을 확정받았다. 1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는 범행의 참작할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감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동거녀 살해 뒤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징역 35년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1월 경남 양산시 자신의 거주지에서 동거녀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살해 후 B씨의 시신을 훼손해 주거지 인근의 빈터와 배수로 등에 나눠 버리고, 불까지 질러 증거를 인멸했다.
A씨는 공사장 일용직으로 수년간 경마 등 도박에 빠져 약 1000만원의 카드빚을 졌고, 음주와 외박 등 문제까지 겹쳐 B씨와 불화가 있었다. B씨는 도박빚을 갚겠다는 A씨에게 식당 등에서 일해 모은 350만원을 보냈지만, 이 돈 역시 B씨의 유흥비로 쓰였다.
이에 B씨가 A씨를 타박했고, 타박이 계속되자 A씨는 날카로운 도구로 B씨를 찌르거나 베었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잔소리하는 B씨를 1회 때렸는데, B씨가 '죽여라, 죽여라'하며 덤벼들어 주먹으로 2회 때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앞서 A씨는 1994년에도 여성을 때려 사망하게 해 징역 8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이 발각돼 긴급체포된 이후 법정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만 늘어 놓으면서 살해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진지한 참회의 빛은 한줄기도 찾아볼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차례 반성문을 써 냈지만 자신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모면하려고 할 뿐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가 얼마나 중대한지 조차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죄책은 필설로 다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지극히 중대하다"고 질책했다.
1심 판결 뒤, 양형에 대해 검찰은 가볍다며, A씨는 무겁다며 각각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알코올 남용 및 의존 등의 정서적·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범행의 다소 참작할 요소가 있다고 봤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말다툼 끝에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면서 "살인 범행이 계획된 것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달리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징역 35년을 선고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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