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철폐율 95%···농어업 생산감소 불가피
농어업인 4월4일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 협정(CPTPP) 가입을 저지하려는 농어민단체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농어민단체는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철폐가 요구되는 조약의 특성상 농수산물 시장 추가 개방이 불가피해 수입 농수산물이 밀려 들어오면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입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해도,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면서 철저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관세철폐율 95%···농어업 생산감소 불가피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CPTPP 체결 시 농식품 분야 영향 분석'에 따르면 품목 수 기준 우리 농산물의 관세 철폐율은 95% 이상으로 예상된다. CPTPP 회원국의 농식품시장 자유화율이 평균 96.3%에 달하며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의 비중은 평균 81.1%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CPTPP저지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저지 한국 농어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3.18 mironj19@newspim.com |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표로 관세철폐와 정부조달․수산보조금․금융 등 모든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자유화하는 협정이다. 2018년 12월 발효됐고, 일본 등 11개국이 참여한다.
회원국이 가입 신청국을 승인하는 형태로 신규 회원국이 가입된다. 한국은 후발주자로 가입 신청시 기존 회원국과 동등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시 농산물의 관세철폐율이 95%에 달한다는 말은 거의 '무관세'로 농산물 수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국내 농수산업에 종사하는 농민과 어업인들 상당수가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정부는 CPTPP 가입시 교역확대와 생산·투자·고용 증가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0.33~035%, 소비자후생이 30억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에 따르면 제조업에서는 멕시코·베트남 등에 대한 수출 확대와 국내생산 증가로 15년간 연평균 6억~9억 달러 규모 순수출 증가와 1조1800억~1조8200억원 규모 생산증가를 전망했다.
다만 농업은 생산 감소가 불가피하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농업 강국으로부터 수입 확대 등으로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의 생산감소가 예상됐다. 수산업은 베트남, 일본 등에서 어류·갑각류 등 수입 증가로 15년간 연평균 69억~724억원의 생산이 감소될 전망이다.
정부는 피해가 예상되는 농·수산업에 대해 직접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피해보전 직불 연장과 폐업지원 재도입, 지원조건 개선 등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피해품목 생산과 유통 인프라 확충, 연구개발(R&D) 확대, 금융·세제 지원 강화 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농어민단체 "즉각 가입절차 중단"···국내 식량안보에도 위협
농어민들은 정부의 지원 대책이 미흡하다며 즉각적인 가입 절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등 전국 농축수산 단체들은 지난 25일 세종시에서 열린 정부의 공청회에서 "졸속 CPTPP 가입 추진에 대해 규탄하고, 즉각 가입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CPTPP 가입은 농·수·축·임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CPTPP의 핵심 내용인 지역화와 구획화 조치는 그간 질병 등을 이유로 수입을 규제한 국가의 농·수·축·임산물이 물밀 듯 밀려오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12월 첫날인 1일 오전 9시 동해안어업전기지이자 경북 울진군의 북쪽 관문인 죽변항에서 어민들이 죽변수협 입찰을 마친 대방어를 활어차에 옮겨 싣고 있다. 2019.12.01 nulcheon@newspim.com |
특히 가입 추진과 동시에 CPTPP 의장국인 일본이 수입을 종용하고 있는 후쿠시마산 농·수·축·임산물까지 국민들의 밥상으로 밀려들어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어업인들은 CPTPP 가입으로 면세유에 대한 과세와 수산금융 정책자금 제한 등이 현실화 될 경우 어업경비 상승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업경비 증가에 따른 수산물 가격 상승은 최종 소비자인 국민 전체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가의 해외수산물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내 수산업 기반 붕괴도 가속화될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국내 어업 기반 붕과와 식량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업인들은 FTA 체결에 따른 수산물 시장 개방확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따른 어장 파괴, 한일어업협정 결렬로 조업구역이 축소되는 등 우리 수산업과 어촌은 벼랑 끝에 몰렸다고 호소한다.
한편 농어촌단체들은 오는 4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CPTPP 가입 저지를 위한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해 정부의 CPTPP 가입 철회를 촉구할 예정이다.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