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예산 축소에 역할과 위상 자연스레 위축
글로벌 네트워크 강점 활용, 경제 살리기 최선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들뜬 모습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단체들과의 회동을 준비하면서 전경련과 제일 먼저 접촉하면서 그 같은 기대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문재인 정부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전경련. 그 5년의 시간이 향후 전경련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집니다.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 한가운데서 집중 포화를 맞으며 사실상 몰락했습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이른바 재계 '빅 4'가 탈퇴하면서 국내 제일의 경제단체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했죠.
그러면서 인력이 떠나고, 예산이 삭감되면서 단체 규모가 사태 이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적폐 딱지에 더해 몸집도 쪼그라들면서 그 역할과 위상은 위축됐고, 결국 재계 맏형 타이틀을 대한상공회의소에 넘겨주게 됩니다. 무엇보다 전경련을 향한 시선이 싸늘하게 바뀌었습니다.
당시 전경련 측은 "소외되고 안 되고에 흔들리기보다는 경제단체 본연의 역할을 묵묵히 해 나갈 것"이라며 애써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 오찬 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
그렇다고 그 힘겨운 시간이 전혀 의미가 없진 않아 보입니다. 지난날의 과오를 되짚고, 반성하면서 앞으로 그들의 나아갈 길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경련은 이번 윤 당선인과의 회동을 계기로 재기 의지를 더욱 다지고 있습니다. 전경련을 통해 회동을 주선했다는 것도 물론 고무적이지만, 일단 경제단체 모임에 다시 참가하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둘 만하다는 것이죠.
전경련 측은 "연락의 순서가 그렇게 중요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어쨌든 우리가 정상적으로 이런 모임에 함께할 수 있게 된 거니까, 그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향후 다시 일어설 때를 대비해 전경련은 그들의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 관리도 꾸준히 해왔습니다.
실제 전경련이 철저히 '패싱(Passing)'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십년에 걸쳐 이룩한 그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사업적 노하우를 그냥 버려두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낭비'라는 지적이 없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적폐'를 넘을 순 없었지요.
전경련 측은 "주요 국가인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과는 지금도 계속 탄탄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면서 "오히려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관계가 좀 더 밀접하고 탄탄해졌다"고 했습니다.
최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방한도 전경련이 주관해서 했는데, 이런 것들이 관계가 끈끈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그들의 설명입니다.
기대감에 자신감을 더한 전경련은 이날 윤 당선인과의 오찬 회동에서도 이 같은 그들의 강점을 분명하게 어필했습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경제계는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함에 있어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민간이 보유한 경제협력 채널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 간 협력이 활성화되도록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