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 크립톤, 제논 가격 1.8~6배 폭등
"원자재 수급 문제로 생산 계획 축소 우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 되면서 반도체 원자재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필수 원자재 재고분이 약 3개월치 확보돼 당장은 피해가 없겠으나 원자재값도 폭등 중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관련업계와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네온 가스 공급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우리나라의 네온 수입상대국 제2위로 비중은 지난 2021년 기준 23%(132만8000달러·한화 약 1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최대 수입국으로 52.3%의 점유율(193만8000달러)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진=셔터스톡] |
네온 가스는 반도체 DUV 노광 기술에 주로 이용되는데, 메모리의 경우 낸드플래시는 100% DUV 노광 기술이 사용된다. D램도 90% 이상이 DUV를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네온가스가 부족하면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네온을 포함해 제논과 크립톤 등 반도체 필수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2월 톤당 4만2500달러였던 네온은 올 2월에는 6배나 오른 톤당 25만 5000달러를 기록했다. 올 1월과 비교해서는 무려 2배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크립톤과 제논의 톤당 가격도 지난해 2월 대비 각각 1.8배, 2.6배 올랐다. 특히 크립톤과 제논 모두 네온처럼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는 양이 전체 수입 물량의 30~50%를 차지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약 3개월치 재고분을 비축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TSMC 역시 재고가 약 3개월 정도만 남았으나 추가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공급 루트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길게 이어지면서 반도체 생산 자칠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부는 현지 업체와의 연락이 두절돼 미국이나 중국 쪽을 통해 웃돈을 얹어 원자재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업계는 오는 6월을 기점으로 그 이전까지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내외 반도체 기업 모두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비축한 원자재 분량 외에 공급망 내 재고까지 고려하면 최소 3개월 이상은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상 길어지면 상황이 어렵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원자재 수급 문제가 생산 차질로 빚어지면 관련 산업들의 생산 계획까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에 악순환에 빠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내달부터 네온, 제논, 크립톤에 0%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하는 등 고육지책을 내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4월 중 러시아·우크라니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네온, 크세논, 크립톤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5.5% 세율이 아닌 0% 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공정 필수 원자재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종결 시점과 러시아에 대한 글로벌 경제 제재 등 변수가 적지 않아 반도체 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자칫 장기화 될 경우, 각 반도체 기업들은 엔지니어링적으로 원자재 사용 비중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공급망을 최대한 회복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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