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각각 10개·3개 노선 영향
편수는 그대로…비행시간 최대 3시간 증가
유가 상승에 악재 겹쳐…장기화 '우려'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이 현실화하면서 항공사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러시아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동시에 기존에 러시아 영공을 지나던 유럽, 미국 동부 노선 항로를 우회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항공편 수가 줄어들지는 않지만 유류비 부담이 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운항하던 러시아 노선이 없어 러시아 영공을 지나던 항로를 변경한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각각 10개·3개 노선 비행시간 영향…기존 대비 15~25% ↑
21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편은 러시아 영공을 지나던 유럽, 미주 동부 노선 항로를 우회해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뉴욕 ▲애틀랜타 ▲시카고 ▲워싱턴 ▲보스턴 ▲토론토 등 미주 6개 노선과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4개 노선을 포함해 총 10개 노선의 비행시간이 늘어난다. 아시아나항공은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노선이 영향을 받는다.
미주 동부의 경우 인천에서 출발할 땐 기존 항로 이용에 문제가 없다. 반면 인천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은 러시아 극동지역 캄차카 반도를 우회하는 항로를 이용한다. 이로 인해 기존 항로 대비 위도가 낮아지면서 편도 기준 1시간에서 최대 1시간40분 가량 비행시간이 늘어난다.
유럽 역시 중국을 거쳐 곧바로 러시아를 통과하던 항로 대신 중국, 카자흐스탄, 터키를 거치게 된다. 이에 따라 비행시간은 1시간30분에서 3시간 가까이 더 소요된다. 런던, 뉴욕 기준 각각 약 13시간, 14시간 걸리던 비행시간이 최대 15시간~17시간까지 늘어난다는 의미다.
다만 기존에 계획이 잡혀 있던 항공편은 그대로 운영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해당 노선에 B777-300ER, B787-9 등을 투입 중이어서 운항거리 증가를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항공기의 항속거리는 약 1만4000~1만5000km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한 항속거리 운항이 가능한 A350-900을 해당 노선에서 운항하고 있다.
◆ 유류비 최대 500억 가량 증가…과거 대비 편수 줄었지만, 장기화시 추가 부담
운항시간 증가로 인한 유류비 추가 부담은 불가피해졌다. 유럽과 미주 동부 노선 각각 15%, 25% 가량 비행시간이 늘어나면서 항공유 소비도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대한항공의 유류비 지출(5891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내달 말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450억~500억원 가량 비용이 늘어난다. 아시아나항공 매출이 대한항공의 약 4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은 200억원 내외의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만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 비용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유가 상승을 감안하면 항공사 부담은 더욱 커진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밑돌던 유가가 최근 90달러를 넘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유가 상승 부담이 커진 데 더해 러시아발 악재까지 겹친 항공업계는 항공유 관세 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권 가격 인상도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오르면 유류할증료가 인상되지만 유가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악재가 터졌지만 대체할 수 있는 노선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과거에 비하면 운항 편수가 줄어든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유가 상승 국면이어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