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이전 업무 절차 9단계...금융위 간소화 추진
"은행 소극적 협조 탓에 간소화 작업 진행 더뎌"
계좌 이전 시 보유 상품 모두 매도해야 가능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앞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선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ISA) 계좌가 절세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수료나 수익률이 더 나은 금융사의 ISA 계좌를 찾는 투자자들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작년 여름부터 거론된 계좌 이전 절차 간소화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증권사로의 고객 이탈을 우려한 은행들의 소극적인 협조가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계좌를 이사할 때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나 펀드를 청산해야 하는 탓에 투자자들의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세법상 규제와 광범위한 시스템 개정이 필요해 개선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ISA 이전 절차 [자료=금융투자협회] |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ISA 계좌 가입자 수는 342만3000명으로 148만4000명 늘었다. 투자금액도 2배 가량 증가했다. ISA 계좌를 통한 투자 금액은 총 12조8904억원으로 전년대비 6조4000억원 가량 확대됐다.
1년 만에 ISA 계좌 가입자 수가 대폭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이 출시한 투자중개형 ISA 상품 덕분이다. ISA는 운용방식에 따라 신탁형, 일임형 그리고 투자중개형으로 나뉜다. 일임형은 전문가에게 포트폴리오 구성을 맡기고 운용된다. 신탁형과 투자중개형 모두 고객이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중개형은 국내상장주식,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1인 1계좌 원칙 때문에 기존에 은행에서 일임형, 신탁형 계좌를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투자중개형 계좌를 옮기기 위해선 이전이 필수적이다. 고객의 지점 방문 절차는 사라졌지만 계좌 이동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는 9단계나 된다.
만일 ISA 계좌를 A금융사에서 B금융사로 옮기려고 한다면 회사 간 총 5번의 서류 이동이 필요하다. B금융사가 A금융사로 가입자가 작성한 이전신청서를 팩스로 보내면, A금융사가 ISA 재산현황을 다시 팩스로 B금융사로 보낸다. 이후로도 계좌 이전과 관련된 통보서를 서로 발송한 뒤 B금융사는 계좌이전 명세서를 예탁결제원을 통해 송부해야 한다. 서류만 4~5차례에 걸쳐 주고받아야 한다.
앞서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은 ISA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계좌 이전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은행 측의 소극적인 협조로 간소화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작년 말 기준 증권사 ISA 계좌 가입자수는 239만61명으로 전년대비 223만명 증가한 반면, 은행 계좌 가입자 수는 103만2777명으로 전년대비 75만289명 감소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간소화 작업 진행 상황과 관련해 "협회에서도 연말에 시도를 해보려고 했지만 진척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투자중개형으로 옮기는 추세가 유지되곤 있지만 당사자인 은행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고객을 넘기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보니 소극적인 부분이 있다. ISA 상품을 취급하는 모든 금융회사에 망을 다 깔아야 하는데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돌아오는 수익이 많지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2016년에 가입했던 고객들은 5년 만기를 다 채운 경우도 있어 증권사의 투자중개형 ISA 상품을 새롭게 가입할 수 있게돼 이전만큼 이전 수요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ISA 계좌간 상품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담고 있던 상품을 모두 환매해 현금화한 후 자금이 이체돼야 계좌를 옮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계좌이전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 투자자가 매도시기를 정하는데 제한을 받고 펀드의 경우 약정 내 환매가 이뤄질 경우 이익 중 일부를 환매 비용으로 청구된다.
관련 당국과 업계에선 개정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세법 상 금융회사가 달라지면 세금을 통산하고 나서 세액을 결정한 다음에 옮겨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ISA 계좌에서는 주식이나 펀드의 양도 차익 대해서만 비과세 되지만, 일부 이자나 배당소득은 여전히 과세 대상이라 통산에서 세금을 떼야 하기 때문에 세액 결정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투협 관계자는 상품을 실물 가능성에 대해 "우선 세제상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가능하다면 예탁원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옮길 수 있는 전산 시스템도 고민해 봐야한다. 은행업종과 증권업종을 아우르는 영역에 기술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를 총괄하는 금융당국 쪽에서 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