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포화', 업계 주기별 부침 적응 일환
차량용 렌즈 공급이 수익에도 도움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스마트폰 제조 전선에 있던 기업들이 자동차 밸류 체인 진입 기회를 엿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동차 전자부품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고 중국 경제 전문 매체 21세기경제보도가 보도했다.
[사진=셔터스톡] |
아이폰 등에 카메라 렌즈를 공급하는 라건정밀(LARGAN·3008.TW)이 최근 발표한 재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카메라 렌즈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과의 연계 강화에 힘쓰고 있지만 스마트폰 업계가 고급 렌즈 채택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마찬가지로 카메라 렌즈 업체로서 라건정밀과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순우광학테크(舜宇光學·02382.HK)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1월 순우광학테크의 휴대폰 렌즈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만큼 새로운 수요가 대규모로 나타나기란 사실상 어려운 상황. 스마트폰 교체 주기 및 신제품 출시에 맞춰 업계가 '침체-호황'을 반복하는 만큼 부품 업체들은 업계 주기적 파동에 적응하면서 차량용 전자부품을 포함한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 다각화 필요성에 더해 스마트자동차의 전자부품 수요가 더 크고 공급 업체에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점도 휴대폰 부품 제조업체들이 차량용 전자부품 업계로 눈을 돌리는 이유로 꼽힌다. 광학 렌즈를 예로 들면 휴대폰에는 보통 3개 가량이 필요한 반면 스마트자동차에는 최소 10개 이상이 들어간다.
특히 안전성 등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 고성능 렌즈를 필요로 하므로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 차량용 렌즈 공급이 늘어날 수록 실적이 신장되는 이유다.
라건정밀은 지난해 8월 새로운 자회사 '다건공업(大根工業)' 설립을 선언했다. 커지는 차량용 렌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0억 타이완달러(약 428억6000만 원)를 투자, 전방·후방 등 차량용 카메라 렌즈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와 샤오미(小米)·오포(OPPO)·비보(VIVO) 등 글로벌 스마트기기 제조업체의 제조사개발생산(ODM)을 담당하는 화친기술(華勤技術) 역시 상하이에 차량용 전자제품 R&D 센터 및 스마트제조 기지를 건설 중이다. 센터 및 기지 건설에는 37억 위안(약 6973억7600만 원)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차량용 전자제품 사업에 뛰어들었던 업체들은 실적 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순우광학테크는 지난 1월 차량용 카메라 렌즈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 전달 대비로는 55.3%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애플 협력사로 알려졌던 카메라 부품 업체 오필름(O·film, 歐菲光·002456)의 지난해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및 안드로이드 공급망에서 사실상 배제된 이후 산하 3대 사업 부문 가운데 스마트차량 부문 수익만 전년 동기 대비 78.2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77.68% 증가한 1억2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오필름이 스마트자동차 분야에 뛰어든 것은 2015년부터다. 2018년에는 후지츠필름 톈진을 인수함으로써 스마트폰 및 차량용 렌즈 관련 특허권 1040개를 확보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