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에 ABCP 판매시 고지의무 위반 혐의
"SAFE 규정 설명했고 중요사항으로 보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중국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1600억원 상당의 깡통 어음을 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증권사 직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1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양벌 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한화·이베스트투자증권에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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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들이 국내 증권사들에 중국 에너지 기업인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지급 보증한 CERCG캐피탈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판매하면서 중국외환국(SAFE)의 지급보증 승인이 필요하다는 이른바 'SAFE 이슈'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사기의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와 B씨는 거래 상대방인 피해자 증권사들이 SAFE 이슈에 대한 문의가 있으면 아는대로 설명해준 것으로 보이고 의도적으로 내용을 숨겼다고 볼 수 없다"며 "비록 상품설명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SAFE 규정이 중요사항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와 B씨가 ABCP 발행 당시 타인의 오해를 유발하지 않기 위해 중요사항을 누락해 사기적 부정거래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A씨와 B씨에게 사기적 부정거래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사용자인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 2017년 5월 금정제십이차라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CERCG캐피탈의 1억5000만 달러 규모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CP 1600억원을 발행하면서 선수수료 명목으로 52만5000 달러(한화 약 6억원)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당시 현대차증권(500억원)과 BNK투자증권(200억원) 등 국내 6개 증권사들은 ABCP를 매입했으나 CERCG캐피탈은 어음 만기 기간이 다가오도록 원리금을 갚지 못했고 본사인 CERCG가 지급보증을 통해 원리금을 대신 갚아주지 못하면서 결국 부도 처리됐다.
검찰은 A씨 등이 SAFE에서 지급보증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어음에 투자한 증권사들이 손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뒷돈을 받고 증권사들에게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유통한 것으로 보고 2019년 12월 이들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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