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덜 악한가"...사상 최악의 대결구도
"중요한 선거이지만 핵심 정책제시 없이 공약 남발"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추문과 언쟁, 모욕으로 얼룩졌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기사 첫 문단부터 "한 후보는 부동산 개발 부패 추문에 휩싸였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다른 후보는 자칭 항문침술사와 연관돼 있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2022.02.03 photo@newspim.com |
주술사(shaman)나 점쟁이(fortuneteller) 논란부터 선거캠프 고문까지 비난 포화를 받고 '드라마'는 가족으로까지 번졌다는 소개다.
WP는 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매체는 "한 후보의 아내는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고, 성추행 피해자들을 폄하했다고 했다"고 했는데, 윤 후보 아내 김건희 씨 얘기다.
이어 매체는 "어느 후보의 아내 어머니는 재정 증명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다"며 윤 후보의 장모를 거론했다.
오는 3월 9일 대선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중대한 이벤트이지만 선거운동은 핵심 정책 사안에 대한 토론 대신 언쟁으로 가득찼고, 논란과 추문은 끝도 없어 유권자들을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WP는 최근 이슈로 윤 후보 아내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음 공개도 소개했다. 김 씨가 '미투' 피해자들의 폭로 동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통화 중 목소리가 논란이 됐다는 것이다.
매체는 "국민의힘은 현 정권이 성평등을 추진한 탓에 경제적 기회를 잃었다고 믿는 젊은 남성층을 유인하고 있다"며 "김건희 씨의 미투 언급이 오히려 팬클럽 확대와 윤 후보의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후보에 대해서는 "그가 관리 아래 있는 공적 부동산 개발 사업(대장동)에서 소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이익을 얻어 논란"이라며 "스캔들과 관련 수사를 받던 관계자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WP는 "한국인은 정치 스캔들에 낮설지 않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권력 남용 혐의로 탄핵됐고, 무속인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다가오는 대선은 '비호감들의 선거'라고 불릴 만큼 새로운 사상 최악에 도달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한국 대선은 한국이 북한·중국·미국·일본과 미래 관계를 형성하고 한국의 문화·경제 영향과 국내 젠더와 불평등 이슈 등이 부상한 가운데 매우 중요하지만 후보들은 보조금 등 "빠른 효과의" 포퓰리즘 정책이나 탈모 치료 정부 지원, 흡연자 권리 확대 등 유권자 입맛에 맞추려는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WP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소프트웨어의 거물이자 전직 의사이며 "분열적 정치 속 중도적 후보로 설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대해서는 "노동운동가이자 진보 소수당의 후보"이며 "유일한 여성 후보"라고 했다.
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의 다르시 드라우트 한국정치 전문가는 "이번 선거는 '둘 중 누가 덜 악하냐'는 틀에 짜여 있어 모든 유권자들은 자신이 어떤 후보를 선택해도 결과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