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아나 침공 가능성에 대해 미국과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상반돼 주목된다. 미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 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갈등이 전쟁보다는 외교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입장이다.
◆ 미국, 전쟁 가능성에 촉각 곤두세워
6일(현지시간) 폴리티코(POLITICO)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행동을 지금이라도 취할 수 있고 2주 후에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은 "핵심은 미국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공조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같은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현재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이달 20일 끝나는 데, 2월 중순이나 올림픽 이후 침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인지 묻는 질문에 "올림픽이 끝나기 전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리번의 이같은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침공에 필요한 70% 병력을 배치했다는 미 당국자의 분석이 보도된 후 나왔다.
전날 로이터통신 등은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라며 "미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수도가 수일 내 함락될 수 있고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필요한 전력의 약70%를 배치했고 전쟁 발발시 양측 군인 최대 3만5000명, 민간인 피해가 5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배치된 러시아 대대급 전술부대가 2주 새에 60개에서 83개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14개 부대가 추가로 배치되는 중이며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시 필요한 전력의 70%에 해당한다는 것이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5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적인 자세로 실질적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DC에서 폴란드 외무장관과 만난 후 블링컨은 러시아 침공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에 대해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침공이 임박했다는 표현은 미국 백악관이 가장 먼저 사용했으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지난 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러시아의 "임박한" 군사작전은 "명백한 현재의 위험"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병사에 유탄발사기 발사 훈련을 시키고 있는 미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우크라, 러시아와 갈등 외교적 해결 가능
미국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갈등은 전쟁보다는 외교로 해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 미카일로 포돌랴크는 성명에서 "상황을 평가하자면 긴장완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추가적인 위협보다 훨씬 더 높다"고 밝혔다.
포돌랴크는 "우리 군과 정보기관 입장에서 보면 이번 러시아의 움직임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고, 우크라이나의 임무는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비하는 것이며 우리는 이 임무를 100%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외신 보도에 대해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드미트로 쿨레바는 트위터를 통해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군대, 전례 없는 국제적 지원, 우크라이나인들의 자국에 대한 믿음이 있다"며 "우리가 적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적이 우리를 두려워해야 한다"며 종말론적인 예측을 무시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을 제기하자 우크라아니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에 위기감 조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28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침공이 임박했다는 서방의 경고가 자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전쟁에 대한 언급이 투자자들에게 겁을 주고 또 국내 사정을 공황으로 몰아가 경제를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우크라이나는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전망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혼란과 충격 상태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오른쪽)과 회담 후 '러시아와 중재에 나서겠다'고 말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왼쪽)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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