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회생법원 개인파산 신청 1만873건
파산 원인, '실직·사업 실패' 가장 많아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어야 가능한 개인회생 신청은 오히려 줄었다.
밤 9시 영업제한 등 방역조치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로 인해 개인파산 신청 원인 중 사업실패와 실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일상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동안 파산 접수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산 당사자들의 경제적인 회복을 위해 파산을 부정적인 시각이 아닌 경제 효용론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금융회복지원기관이 사후 지원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파산' 신청 증가...반면 '회생'은 줄어
6일 법원 통계월보 분석 결과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의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1만873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파산 신청 건수는 1만683건으로 2019년(9383건) 대비 80% 가까이 늘면서 1만건을 넘어섰다.
법원은 지난해 접수된 파산 신청 건수 1만873건 중 1만634건(97%)를 인용했다. 기각 없이 대부분의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와 달리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신청 건수는 393건으로 2020년 445건보다 52건 줄었다.
개인파산은 개인이 가진 모든 재산으로도 채무를 변제할 수 없을 때 면책을 구하는 법적 제도지만, 회생은 일정 수준의 수입이 있는 상태에서 채무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을 때 일정 금액을 변제 또는 면제받는 절차다.
회생은 줄고 파산이 증가하는 흐름은 생계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계층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회생법원 파산관재인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개인파산 신청 원인 중 '실직 또는 근로소득 감소'가 48.8%로 가장 많았고 '사업 실패 또는 사업소득 감소'가 45.71%로 뒤를 이었다.
파산 원인을 중복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코로나19의 영향이 더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파산과 회생의 차이 자체가 일정 수준의 소득 여부"라며 "코로나19를 유일한 원인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회생보다 파산 신청이 많다는 것은 소득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적거나 없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 소속 자영업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분노의 299인 릴레이 삭발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1.25 kilroy023@newspim.com |
◆자영업자 '구제' 한계..."파산 신청 더욱 늘어날 것"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영업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부채 상환을 유예해 주는 등 구제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면 파산을 선택하는 자영업자와 개인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 공동대표는 "빚을 가지고 있는 자영업자 중에 은행 빚 외에 제2금융권에 사채까지 써버려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게 문을 닫고 처분하는 사람들은 파산을 신청하거나 고민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파산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바꾸고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개인이 하루빨리 경제적인 안정을 찾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남근 변호사는 "정부나 금융당국이 자영업자의 채무 상환을 더 이상 유예해 줄 수 없게 되면 파산 신청이 급격히 늘 것"이라며 "파산 당사자들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경제 효용론의 관점으로 접근해 복귀를 돕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들은 파산과 회생마저 실패하면 타인 명의로 사업을 이어가는 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법원은 보다 신속하게 파산 절차를 진행하고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등의 기관은 복지와 재창업 지원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