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이번 대선에 출마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 2012년 12월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방송 토론회' 중)
""제가 갑철수냐"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인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2017년 4월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방송 토론회' 중)
정치에 관심이 없고 잘 모른다는 국민들조차 한 번쯤은 입에 담게 되는 게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이름이다. 코로나19 시국에도 유력 후보들의 거리 유세 현장에는 구름 인파가 모인다.
이들이 상대 후보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유세 발언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그래도 가장 재밌는 정치 방송은 대선 후보들이 직접 맞붙는 TV방송토론이다. 생중계로 수많은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후보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은 흥밋거리다.
18대 대선에서의 이정희 당시 통진당 후보의 발언과 지난 대선에서의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발언들은 두고두고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돌발 발언들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오롯이 후보자의 몫이다. 그러나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 불리는 오는 3월 9일 대선은 각종 모임에서 국민들이 '안줏거리'로 삼을 기회도 없다.
대선을 40일 남긴 이날조차 방송토론 일정은 확정된 게 없다. 법으로 규정한 '의무 3회'는 진행되겠지만, 국민들은 더 많은 시간과 장소에서 후보들의 자질을 보길 원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이의 토론 줄다리기가 선거의 '양념'같은 기싸움을 넘어 비호감 지수를 높이고 있다.
당초 양당은 오는 31일 두 후보만의 양자 방송토론에 합의했다. 그러자 이에 배제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법원에 방송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두 후보만의 방송토론이 법적으로 금지되자, 여론은 자연스레 4자토론을 예상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방송사 초청 토론이 아닌 양당 자체 주관의 양자 토론을 예정됐던 31일에 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4자 토론은 그 이후에 하자는 전제를 달았다.
'토론에 진심인' 민주당은 31일 양자토론을 수용하며 같은 날 4자 방송토론을 하자고 역제안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하루에 2차례의 토론은 현실성이 없다며 '31일 양자토론 후 2월 3일 4자토론'이라는 최후 통첩을 전했다.
미디어 시대 방송토론의 영향력은 적지 않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을 양당 지지자들을 제외하고 후보자와 공약 등을 보고 판단할 30~40%의 '스윙보터' 유권자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거대 양당이 의미없는 핑퐁을 주고 받으면서 최악의 경우 후보간 토론회는 법적 의무인 3회에 그칠 수도 있게 됐다. 설 연휴 민심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됐던 방송토론이 갈 길을 잃으며 양당은 왜 올해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불릴 수밖에 없을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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