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국립현대미술관 국제미술 소장품 첫 공개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이 1978년부터 수집해온 다양한 국적의 해외작가 96명의 작품 104점을 '미술로, 세계로'를 통해 공개한다.
임대근 청주관 운영과장은 19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열린 국제미술 기획전 '미술로, 세계로' 언론공개회에서 "해외 소장품이 900점이 조금 넘어가는데 소개된 작품은 얼마 없었다. 이번에는 미술관 운영하면서 보지 못했던 작품들이 많이 전시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미술로, 세계로' 전시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2.01.19 alice09@newspim.com |
이번 전시는 197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국제미술 소장품의 수집활동과 전개를 살핀다. 1978년부터 수집해온 104점을 작품 중 초창기 수집 작품 등 절반 이상의 작품이 수집 이후 처음 관람객에 공개된다. 마지막으로 전시된 지 30년여 만에 처음으로 수장고를 벗어나 전시에 출품된다.
또 1980-90년대를 관통했던 '세계화' 라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국제미술 소장품의 수집배경과 의의를 찾아가는 데 주력한다.
이날 임대근 운영과장은 "청주관에서 3년간 주로 해왔던 사업이 있지만 수장센터라는 특성에 맞춰 전시 및 연구 사업이 있었다. 이번 전시 역시 1년의 기획 중 하나"라며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개인적으로 기쁘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효진 학예연구사는 "미술품 수장센터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10개의 수장고를 가지고 있지만 조각, 공예, 드로잉, 판화가 전부이다. 회화 소장품을 관람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회화 소장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또 저희가 소장한 국제미술 소장품을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제가 관람객 입장이라면 소장품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며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한국미술의 국제교류 양상과 국립현대미술관 국제미술 소장품 수집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한국 방문 해외미술 ▲미술교유, 미술교류 ▲그림으로 보는 세계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미술, 세상을 보는 창까지 5부로 구성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미술로, 세계로' 전시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2.01.19 alice09@newspim.com |
이 연구사는 "전시 작품들은 소장품이 수집됐던 시대를 먼저 나눈 다음 작품을 개별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1부 '한국 방문 해외미술'에서는 해외작가가 받았던 한국에 대한 인상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재료기법', '한국적인 풍경'을 담고 있는 해외작가 에이드리안 워커 호워드, 마누엘 발데모어 등의 기증작이 출품된다.
이 연구사는 마누엘 발데모어의 '새마을 운동' 작품에 대해 "이 작가는 17년 연속 유네스코가 발행하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씰 이미지로 채택돼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새마을 운동'인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1970~80년대 농촌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2부 '미술교유, 미술교류'는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미술의 국제교류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역할과 한계를 작품을 통해 살핀다. 이 전시관에서는 크리스토 야바체프의 '계곡장막'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이 작품엔 실제 천을 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크리스토 야바체프 '계곡장막'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2.01.19 alice09@newspim.com |
이효진 연구사는 "크리스토 작가는 '계곡장막'을 완성하기 위해 2년간 4톤의 나일론 커튼을 들여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림으로 보는 세계'인 3부에서는 1980년대 중반까지 많은 양의 판화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3부에는 폴 아이즈피리의 '정물'과 '꽃'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 작가는 개인전을 10여 차례나 한 인기 작가이다.
이 연구사는 "두 작품을 나란히 전시한 것은 유화와 석판화의 특징과 다른 점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화면구성고 연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며 관찰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4부인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는 이번 전시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때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개회선으로 외친 구호로, 국제무대로 발돋움을 시작한 한국 현대미술을 상징한다.
4부에는 장 메사지에의 '장 바티스타 티에폴로와 빈센트 반 고흐의 만남'이 주요 작품이다. 이 연구사는 "제목에 반 고흐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이는 대가의 작품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하다기 보다, 주류 미술사에 대한 냉소를 뜻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장 메사지에 '장 바티스타 티에폴로와 빈센트 반고흐의 만남'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2.01.19 alice09@newspim.com |
이어 "장 메사지에는 빛과 색채를 중심으로 한 작품을 선보였는데 사회저항 메시지가 많이 들어가 있다. 또 기존 틀을 벗어나 자유분방함을 표출한 작품이 많다"고 소개했다.
4부에는 피에르 뷔리글리오의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시기에는 유독 많은 해외 작품들이 수집됐다. 이 연구사는 "1990년대 국내에 해외 전시가 많았다. 전시 이후 작품을 많이 구입해 이 시기에 해외 작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기서는 '세계현대미술제'에서 '국제현대회화전'에서 기증받은 조각 39점과 대형회화 62점 중 1990년에 개최됐던 지방순회전시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회화 16점과 조각을 공개한다.
마지막 '미술, 세상을 보는 창'에서는 서울올림픽 이후, 미술국제교류가 확장됨에 따라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던 1990년대 국제미술품 수집(구입)과 양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조지 시걸 '침대 위의 소녀'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2.01.19 alice09@newspim.com |
대미를 장식하는 5부에는 조지 시걸의 '침대 위의 소녀' 조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석고를 주재료로 하고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입한 후 작가가 석고를 다듬어 타 작품에 비해 매끈한 모양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미술로, 세계로'에는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관도 준비됐다. 2층 교육공간 쉼터 '틈'에서는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 수장고의 작품이 전시장에 소개되기까지의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선보이고 있으며, 대형 벽면 스트링 아트 워크숍을 마련해 실로 나라를 잇는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한편 국제미술 소장품 기획전 '미술로, 세계로'는 오는 20일부터 6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전시된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