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홍영인 작가가 국내 개인전 'We Where'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주제로 신작 8점과 2017년 제작된 2개의 '사진-악보' 연작 등을 선보인다.
홍영인 작가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PKM갤러리에서 열린 국내 개인 전시회 '홍영인: 위 웨어(We Where)'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에서 제가 생각했던 키워드는 동물, 그리고 공동체 의식이다. 이와 관련한 사라져 가는 의식들과 공예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9' 이후 국내에서 2년 만에 개최되는 것으로, 홍영인 작가는 동시대에 잊혀 가는 '공동체'라는 화두에 주목한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홍영인 작가 신작 'One Gate between Two World' [사진=PKM갤러리] 2022.01.18 alice09@newspim.com |
근대 이전의 사람들이 실재한다고 믿었던 공동의 장, 즉 동물, 인간, 식물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영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소통할 수 있었던 신성한 영역들이 상실돼 감을 깨닫고, 그 평등한 관계의 회복을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날 PKM갤러리 장예란 전시팀장은 "홍영인 작가는 거대 역사라는 큰 줄기 안에 묻혔던 소수자의 목소리와 영역에 관심을 갖고 퍼포먼스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 현시대라는 공동체 화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는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첫 째는 영적인 세계와 현세를 잇는 기물들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두 번째는 소통을 하는 동물들, 마지막은 규제와 검열이 강했던 한국의 풍경과 역사를 재해석하는 파트가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홍영인 작가 'A Colourful Waterfall and the Stars' [사진=PKM갤러리] 2022.01.18 alice09@newspim.com |
갤러리 본관에는 집단 제의의 도구로서 영적 세계와 현실 세계의 통로 역할을 했던 상당도로부터 영감을 얻은 평면 자수‧입체 작업과 무리 생활을 하는 코끼리 조손과 옛 여성 직공들의 음성을 시적으로 조명하는 직조 작품이 전시된다.
이에 홍영인 작가는 "한동안 한국 근대화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제가 태어나고 자랐던 1970~1980년대를 외국에서 살면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그 시기의 역사를 작업을 통해 쓰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 노동자나 근대화 과정에서 묻혔던 과거를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역사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퍼포먼스 작업에서는 그런 것들이 구체화 돼 나타나고, 아카이브 이미지를 동작화하고 소리화했고, 섬유화에서는 간접적으로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홍 작가는 "2018년부터 동물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동물원에도 이유 없이 가서 촬영하고 관찰하고 녹음도 했다. 이번에는 코끼리와 고릴라에 집중했다. 두 동물 모두 인간에게 많이 가까운 동물"이라며 "동물을 유심히 보고 관찰하고 찾아보면서 작업했는데, 제 생각에는 인간의 역사, 인간 중심의 현대사회는 제가 느끼기에 갈 데까지 간 것 같았다. 여기서 예술가가 어디서 영감을 받아야 할까 생각하다가 동물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코끼리 발자국을 본뜬 'Thi and Anjan' [사진=PKM갤러리] 2022.01.18 alice09@newspim.com |
공동체 생활을 하는 코끼리는 갤러리 내에 발자국으로 전시됐다. 할머니 코끼리와 손녀 코끼리의 발자국을 짚신 모양으로 본떠 만들었다.
홍 작가는 "코끼리 신발은 아시안 코끼리가 많이 있는 곳에 가서 촬영하고 연구를 하면서 제작했다. 그러면서 음악가들과 녹음한 소리를 가지고 짚신 꼬는 소리도 들어가 있다. 14분 정도의 소리 텍스트를 만들고, 그것과 신발 작업이 함께 설치미술로 드러나길 바랐다. 짚신도 사이즈나 코끼리 생태를 연구하면서 짚불 공예가와 작업하면서 디자인도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또 "제 작업에서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20년 넘게 기계 자수를 해왔는데, 자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같이 만들 수 있고 예술과 공예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업 의미가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본관에는 공동체 의식을 주제로 한 신작들이 주로 전시됐다면, 별관에는 홍영인 작가가 집중하는 주제이자 2017년 제작된 2개의 사진-악보 시리즈가 갤러리 전관에 걸쳐 소개된다. 특히 사진-악보 작품은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한 시위들과 운동의 모습들을 음낮이로 표현, 이를 악보로 그려 음악으로 재탄생시켰다. 사진 아카이브와 작품, 그리고 음악까지 3개를 모두 접해야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셈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홍영인 작가의 'Colourful Land' [사진=PKM갤러리] 2022.01.18 alice09@newspim.com |
홍영인 작가는 "주제적으로 각기 다른 전시를 기획해보고 싶었다. 별관에 있는 건 2017년 개인전에서 소개한 작품과 작년에 발전시킨 설치작업을 소개하고 있다"며 "처음으로 정수처럼 실루엣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어본 작업이라 제 작업 전반에서 중요해서 소개하고 싶었다"며 의미를 강조했다.
작가가 동물을 통해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전시를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동물도 소통을 하는데 자연에 가까운 소통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구축된 언어를 통해 소통하는데, 인간이 동물을 보면서 소통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하등하거나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을 관찰하면 질서가 정연하다. 모계중심 공동체를 이루며 산다. 정교한 소통을 하는 걸 보면서 인간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타자화 시키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경계 짓기를 하는데 만연해 하는 걸 보면서 동물을 통해 우리의 현 행동을 보게 되는 것 같다"며 동물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홍영인 작가 'Ishmael_Even the Gorilla Needs a Flower' [사진=PKM갤러리] 2022.01.18 alice09@newspim.com |
홍영인 작가는 예술이라는 방식을 통해 거대 서사 아래 사라진 영역 또는 소수의 목소리를 귀담는다.
그는 "어떻게 하면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한다. 과거 미술은 남성 주도적이었다. 여성들의 역사를 더 보고, 제가 자랐던 과거가 지금에 와서 보면 남성적 시각에서 쓰였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면에서 작가로서 활동했던 초창기부터 천과 바느질을 사용했을 때부터 여성의 역사는 저에겐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끝으로 홍영인 작가는 "2019년 전시에는 신작을 보여줘야 해서 단기간에 만들었는데, 제가 사실은 작업을 단기적으로 못한다.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고민했던 중요한 질문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저에겐 의미가 크다"며 "두 군데 공간에서 중요한 콘셉트를 기획해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영국은 코로나로 인해 록다운이었는데, 이렇게 작업했던 적이 많지 않았다. 저에겐 특별한 작업이 된 전시"라며 의미를 드러냈다.
한편 홍영인 작가의 'We Where'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26일까지 PKM갤러리에서 진행된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