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재개 이후에도 수급 악화 등 부담 작용
신용잔고율도 1.37%...작년 10월부터 상승
상장 적격 심사 사유 발생..."상폐 가능성 낮아"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자금담당 직원의 1800억원대 횡령 사건 발생으로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가 정지된 가운데, 최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과 최근 높아진 신용잔고 등이 향후 거래재개 이후 주가 하락 시 추가적인 수급 악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1880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으로 '상장적격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상황이다.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판단하고, 대상이 되면 실질심사를 거쳐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리는 절차다. 현재로서 거래재개가 언제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거래소 측은 "실질심사 대상 여부에 대한 결정을 15일(영업일 기준)동안 진행하며, 실질심사 대상인 경우에는 20~35일(영업일 기준)동안 실질심사를 거친 후, 기업심사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거래가 재개된다 하더라고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견해다.
횡령자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횡령 사건이 사업관계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관건이다. 수급 상황에 있어서도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거래가 재개될 때 자금을 뺄 가능성이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규모의 횡령에 대한 감시시스템 미비로 인한 ESG 리스크 상승 및 낮아진 회사 신뢰도로 인한 주가 하락이 가능하다. 만약 계좌 동결 가능 시 횡령금액은 회수 가능하고, 일부 회수가 미비한 경우에는 2021년 영업 외 손실로 반영 가능하다"면서 "추후 횡령 자금에 대한 회수 여부가 주가 방향성에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서 연구원은 "거버넌스 리스크를 감안, 밸류에이션 할인 30%를 반영해 목표주가 14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목표주가는 16만원, 거래정지된 현재 주가는 14만2700원이다.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게 봤다. 서 연구원은 "자기자본 대비 횡령 규모가 큰 만큼, 자금 회수 가능성에 따라 실질 심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기업의 영속성,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하면 상장 폐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펀드매니저는 "이론적으로 보면 '미회수 횡령금액+알파'만큼 밸류가 빠진다고 봐야 하는데, 알파는 사업관계 상황, 대외적 신뢰도, 수급 상황 등이다. 여기에 센티(투자심리)도 안좋을 것이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상 락바텀(Rock Bottom) 수준을 밑도는 일시적인 언더슈팅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담보대출, 신용거래 등의 물량이 반대매매로 나오게 돼 이 부분이 수급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 주식담보대출계약 현황. [자료=금감원 공시] |
지난 달 23일 오스템임플란트가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의 보유주식은 294만3718주, 지분율은 20.61%다. 이 중 175만8708주에 대한 주식담보대출 계약이 체결돼 있다.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이다. 담보유지비율은 110%~250%로, 대출 기관별로 다르다. 담보유지비율은 대출액 대비 주식평가액을 말한다. 주가가 하락해 비율이 하락하면 채권자는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거나 채권 회수를 위해 반대매매(주식 강제 매도)에 나서게 된다.
일반 투자자들의 신용융자 잔고율이 높아진 것도 부담이다. 작년 10월 8일 1%를 밑돌았던 신용잔고율은 12월 30일 기준 1.37%다. 2%를 넘었던 작년 6월 상황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10월 이후 점진적인 상승 추세를 보여왔다.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3배 가까이 올랐다. 작년 초 5만원 정도였던 주가는 8월 16만원대까지 올랐고, 이후 조정을 받아 연말 주가는 14만원대다. 작년 한 해 상승률은 179%다. 실적도 좋았지만 리오프닝(Re-Opening) 수혜, 즉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경우 혜택이 큰 업종이라는 점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최근 1년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
횡령금액은 손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IR 담당자는 횡령 사건에 대한 설명에서 "회수가 미비한 최악의 상황(worst case scenario)으로는 2021년 당기순이익 손실(Loss)로 인식이 가능하다"며 "최대한 회사 피해를 줄이고자 가능한 모든 자금 회수 및 법적 절차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회사 측은 "자금관리 직원 1인의 단독 소행으로 엄청난 규모의 회사 사금이 횡령돼 확인 즉시 긴급하게 고소 진행(2021.12.31) 및 새벽공시(인지 즉시 공시 건으로 공휴일 이후 2022.01.03)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횡령한 직원 이모씨(45)는 지난해 동진쎄미켐 지분 7.62%(약 1430억원치)를 사들여 화제가 됐던 개인투자자와 동일인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일인 여부에 대해 거래소나 회사 측에서 공식 확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름과 생년월일이 같고, 자금 횡령과 집행 시기, 규모 등을 봤을 때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템임플란트 홍보 담당자는 "현재 경찰에서 신병 확보를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동일인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