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현대건설, 안전조직 확대…안전책임자 선임
대우건설, 예산 1400억 투자…포스코건설, 로봇 도입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내년 1월 27일 예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현장에서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건설업계 특성상 현장사고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벌어지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조이는 것이다.
삼성물산 본사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삼성물산·현대건설, 안전 담당조직 확대…최고안전책임자 선임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법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 관련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건설현장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세부적으로 안전,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내년 최우선 경영목표를 '안전'에 두고 안전·보건 담당 조직을 대폭 확대했다. 종전 2개팀이던 안전환경실을 총 7개팀인 안전보건실로 확대했다. 안전보건실은 전사적인 안전·보건 정책 수립부터 이행까지 담당한다.
산하에는 안전보건 정책팀·운영팀·지원팀·환경팀 및 3개 사업부별 안전보건팀 등을 설치해 총 7개팀으로 늘렸다. 또한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신규 선임했다. CSO는 부사장급으로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며,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갖는다.
고위험 작업을 대신할 로봇도 건설 현장에 도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액세스 플로어(Access Floor) 시공 로봇'(플로어 로봇)을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액세스 플로어는 이중바닥 시스템으로, 하부 바닥에서 일정 높이만큼 공간을 두고 지지대를 설치한 뒤 상부 패널을 덮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플로어 로봇 [사진=삼성물산] 2021.11.18 sungsoo@newspim.com |
삼성물산 관계자는 "엑세스 플로어는 현장에 따라 바닥으로부터 최대 6m 이상 높이에 시공하는 경우도 있어서 작업자 추락 등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며 "플로어 로봇을 활용하면서 현장의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있던 안전지원실을 안전관리본부로 격상했다. 신규 선임된 황준하 안전관리본부장이 최고안전책임자(CSO) 역할을 맡는다. 기존 안전지원실을 이끌었던 임병천 상무는 본부 산하에서 관련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 들어 매 분기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기별 사망자 수는 ▲1분기 1명 ▲2분기 1명 ▲3분기 2명이다. 4분기 결과는 아직 안 나왔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현대건설 본사 및 69개 현장 감독 결과 45개 건설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확인됐다고 지난 8월 밝혔다.
현대건설이 안전관리 조직을 격상한 것은 고용노동부 감독 결과에 따라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건설 현장의 붕괴사고를 막기 위해 가설 구조물과 지반 상태를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했다.
가시설 구조물 사고는 건설공사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약 40%를 차지한다. 특히 건물 파손과 인명 사고 등 대형 사고로 이어져 위험성이 크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스마트 자동계측 모니터링 시스템을 사용하면 가시설 구조물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검토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건설 현장을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어 지반 침하와 지반 붕괴, 지하수 유출 징후를 미리 알 수 있다. 현대건설은 내년부터 안전관리 플랫폼에 탑재해 전 현장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 대우건설, 안전예산 1400억 투자…포스코건설, 현장 로봇 도입
대우건설은 지난 3월 중대재해 근절과 안전혁신 문화 조성을 위해 '안전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위원회에는 사업본부 본부장을 비롯한 총 8명 집행임원이 참여했다. 유관부서 11명의 팀장을 주축으로 안전혁신 추진단도 구성해 안전혁신안을 수립했다.
안전혁신안에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인 품질안전실을 안전혁신본부로 격상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컨트롤타워'란 일의 전체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말한다.
대우건설 김형 사장(왼쪽 세번째), 정항기 사장(왼쪽 네번째)이 지난 23일 대우건설 안전혁신 선포식에서 임직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 8월 열린 안전혁신 선포식에서 직원들에게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며 "안전 확보 없이는 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9월 공사 현장 노동자 추락 사망 사건으로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법원에 따르면 대우건설 등은 지난 2019년 3월 경기도 부천 중동 주상복합 신축공사 현장에서 위험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앞으로 안전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안전예산으로 14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현장의 안전감독 인원 500명을 상시 투입한다. 안전관리 활동을 주도하는 공사관리자와 안전 감시단, 협력회사의 안전 전담 인원을 추가 투입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작업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스마트컨스트럭션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지난 5월에는 터널공사 안전·품질 관리를 위해 무인으로 작동하는 자율보행 로봇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자율보행 로봇에 레이저로 지형을 측정하는 장비(LiDAR)와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해 터널 내부의 시공오류, 균열을 확인하는 것이다.
자율보행 로봇을 활용하면 발파 작업 직후 인력을 투입하기 전 낙하위험이 있는 암반 등 위험요소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로봇은 바퀴 대신 4족을 달고 있어 장애물이 있거나 복잡한 지형에서도 이동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경기 '포천~화도 고속도로 4공구' 현장의 터널공사에 자율보행 로봇을 시범 적용해 그 효과를 입증했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도 작년 초 취임 직후부터 주요 경영키워드로 '안전'을 내세웠다.
한 사장은 안전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협력사에 불이익을 줄 것임을 강조했다. 작년 1월 취임식 연설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던 협력사에 부과했던 입찰 제재를 이날부로 모두 해제할 것"이라면서도 "해당 업체가 추가로 사고를 낼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한 번 걸리면 바로 퇴출)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광주 학동에서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벌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 현장의 근로자 작업중지권을 적극 보장하고 있다. 급박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전 현장 내 모든 근로자와 관리 감독자는 안전모에 부착된 QR코드로 위험신고센터에 접속해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위험신고센터를 개설해 근로자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에 나선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HDC그룹만의 안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현장의 안전 운영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