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이어 한국투자증권도 자체 개발
'핀트·파운트' 관리 자산만 9400억 육박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투자기법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RA)'에도 투자자들이 적잖게 몰리는 모습이다. 이에 증권사들도 RA 시장이 향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 자체 RA를 개발하는 등 관련 서비스 출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특히 오는 2023년 마이데이터 시대를 맞아 핀트와 파운트가 선점한 RA 시장에서 증권사와 핀테크 간 치열한 경쟁을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자체 개발한 RA '키스라'가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이 주관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의 운용심사를 최근 통과했다.
RA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알고리즘·빅데이터 분석 등에 기반한 컴퓨터프로그래밍을 통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온라인 자산 관리서비스다.
[캡쳐=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
키스라는 금융공학 기법 중 하나인 평균분산최적화(MVO) 모델을 개선해 활용한다. 투자성향에 따라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3가지 유형으로 나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키움증권도 지난 5월 자체 개발한 RA '키우Go' 서비스를 출시했다. 키우Go는 행동재무학 기반의 강화학습 모델을 이용해 각기 다른 자산군간 최적 투자비율을 찾아 다양한 전략에 따라 운용된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키움MRI(Market Regime Index)를 이용한 경기국면분석 기법을 활용해 금융시장에 따라 그 비율이 조정된다. 이를 위해 키움증권은 과거 30년 이상의 기간에 대해 170만여건의 금융데이터를 분석해 이 모델을 설계하고 테스트했다.
RA 초기 시장은 핀테크 기업인 핀트와 파운트가 사실상 양분해 대중화를 이끌어왔다. 파운트와 핀트의 관리자산은 지난 9월 말 기준 9835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앱에서 앱에서 계좌를 열고 자산을 운용 중인 이용자만도 15만7000명에 달한다.
파운트의 경우, 지난 9월 말 기준 자문자산 금액이 8551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 1527억원보다 무려 7024억원이나 증가했다. 파운트는 지난 2015년 11월 설립된 뒤 450여개의 글로벌 경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해 만들어낸 포트폴리오를 기관투자가들에게 제공해왔다.
핀트의 경우, 자문자산 규모보다는 일임과 자문계약 건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핀트의 계약 건수는 총 1만5328건으로 이전 분기 대비 2188건(16.7%) 늘었다. 같은 기간 파운트의 계약 건수는 8.8% 늘었는데, 핀트가 약 2배 가까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핀트를 운영하는 디셈버앤컴퍼니는 엔씨소프트와 KB증권으로부터 총 600억원을 투자받고 내년 초 마이데이터서비스 사업자 신청을 위한 인력 및 인프라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는 증권사와 핀테크 업체들 간 RA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콤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AI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현재 13곳이지만, 내년 상반기에만 20여곳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이 향후 RA에도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니 대부분 증권사가 RA 시장 진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투자일임사가 퇴직연금을 취급할 수 없도록 하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나, 국회에는 퇴직연금으로 랩어카운트 등 투자일임형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RA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학습효과도 올라가기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발해지면 알고리즘 역시 더 정교해질 수 있다"며 "과거에는 젊은 투자자들이 RA를 주로 이용했으나 최근에는 40~50대 이상 연령층의 이용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