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의견 무시한 '막무가내식' 파업‧현장 점거 지쳐"
대우‧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 노조 조합원 의견 수렴 나서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국내 대형 건설사 노조들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에서 잇따라 탈퇴하고 있다. 최근 GS건설과 쌍용건설‧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 현장 및 사무직 노조가 '한국건설기업사무노동조합연맹(노조연맹)'을 출범시켰다.
새 노조는 그 동안 현장직 의견과는 무관한 민노총 건설노조의 무분별한 파업과 현장 점거로 인한 피해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는 동시에 사무‧현장직 노조원들의 의견 등을 사측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에 집중하는 계획이다.
건설업계는 다른 대형 건설사 노조 역시 민노총‧한노총에서 탈퇴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총궐기가 열리고 있다. 2021.11.27 hwang@newspim.com |
◆ 국내 10대 건설사 노조 연이은 민노총 탈퇴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GS건설과 쌍용건설 노조가 지난 10월 민노총 소속 건설기업노조를 탈퇴 후 HDC현산 사무직 노조와 함께 노조연맹을 출범시켰다.
이들 노조는 민노총 소속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과 현장 점거에 따른 노조원들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취지로 구성됐다.
노조연맹 관계자는 "민노총의 무분별한 파업과 사업장 점거 등으로 노조원들의 피해가 가중됐다"며 "3사 노조 통합을 통해 건설사업 전반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사측에 노조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연맹는 지난 10월 20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연명설립 신청서를 제출하고 지난달 2일 연맹 설립 인가증을 받아 공식 출범했다.
연맹 조직위 구성은 각 노조 위원장이 배정됐다. GS건설 노조위원장이 새 연맹 위원장 자리로 HDC현산 사무직 노조 위원장이 수석부위원장으로 쌍용건설 노조위원장이 연맹 부위원장으로 구성됐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평가 기준 10대 건설사에 들어가는 GS건설과 HDC 노조가 합치고 업력이 오래된 쌍용건설이 뭉쳐 연맹 노조원 수는 18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 대우‧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 노조원 탈퇴 요구
현재 민노총에 잔류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 노조도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내 10대 건설사 민노통 산화기관에 소속된 곳은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옛 대림산업) 정도만 남았다. 2009년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 진흥기업, 한신공영 등 4개 건설사 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했다.
당시 현대건설 집행부는 "건설현장은 가정을 지키고 가장의 자존심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불황속에 사라져 가는 건설현장을 외면하는 민주노총에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다"며 "노조원들의 정서와 요구를 외면한 채 투맹 만능주의로 변하고 있는 곳에서 벗어나 독립 노조를 운영할 것"이라고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 한 노조 관계자는 "현재 민노총 탈퇴 등에 논의에 들어갔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노조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데 민노총은 이를 무시한 채 파업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직 노조원들의 의견을 방관하고 실익 없는 파업에 지친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규칙과 파업 강행이 조합원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 한노총‧민노총 '밥그릇 싸움'에 지친 건설사 노조
실제 연초 한노총 조합원 수십여 명은 서울 은평구 수색6구역 재개발공사 현장 인근 도로에서 한 달여에 걸쳐 시위를 벌였다. 당시 한노총에서 지하주차장 골조공사에 민노총 조합원 대신에 자신의 조합원들을 추가로 배정하라고 요구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노총의 '일자리 전쟁'으로 인해 공기가 연장되는 피해가 발생됐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양대 건설노조가 행동에 나서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원청 건설사들과 하청업체. 수요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집회를 벌인 동안 현장 업무가 마비돼 공기에 차질이 생기고 공사 비용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잔류하고 있는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노조원들이 민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탈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 관계자는 "(GS‧쌍용건설 민노총) 탈퇴 소식을 접하고 노조원들이 민노총 탈퇴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집행부와 노조원들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탈퇴 움직임에 해당 건설사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민노총 소속 조합원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건설 노조원들간 이익을 대변한다는 목적으로 사업장 점거와 파업을 강하면서 작업 일정이 밀리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제 3자가 참여한 협의체가 아닌 각사 현장‧사무직 조합원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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