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2000만원 받고 우리은행에 재판매 청탁한 혐의로 기소
1심 징역 3년 → 2심 무죄…"위법한 청탁 아닌 정당한 사무"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졌던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해 우리은행에 재판매 청탁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이승련 엄상필 심담 부장판사)는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고검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 판결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던 윤 전 고검장은 1년여 만에 석방된다.
[서울=뉴스핌]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2014.04.14. yooksa@newspim.com |
재판부는 "라임과 우리은행 사이 재판부 여부와 관련된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인 피고인이 분쟁 상대방인 손태승 은행장을 만나 라임의 주장을 설명하고, 기존에 우리은행 실무진들이 약속했던 대로 재판매를 이행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설득하는 것은 분쟁 해결을 위한 약속 이행을 촉구하거나 상대방과 협상하는 것"이라며 "이는 변호사로서 수행할 수 있는 대리, 청탁, 알선 등 법률 사무에 해당하고 이와 관련해 피고인이 금품을 수수한 것은 변호사로서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윤 전 고검장이 손태승 행장에게 전달한 내용이 위법 부당한 청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종필 전 부사장과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이 피고인에게 부탁한 내용은 주로 우리은행 실무진들이 초기에 약속했던 대로 재판매를 해달란 것이었는데 그 내용 자체는 위법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윤 전 고검장이 손 행장과 친분관계를 이용해 청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손태승의 친분은 동문회에서 만나 4,5년간 교류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손태승의 사사로운 판단을 유인할 만한 지위나 관계에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객관적인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라임자산운용의 상황을 설명하고 입장을 전달하면서 설득하려고 한 것이지 대학 동문이나 고위 법조인이라는 지위, 정치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설득하려고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전 고검장은 지난 2019년 7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으로부터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을 만나 라임 펀드를 재판매하도록 요청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2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윤 전 고검장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에 추징금 2억2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메트로폴리탄으로부터 받은 건 통상적인 자문료에 비해 과도하고, 자문 범위가 없는 점도 이례적이다"며 "김 회장과 통화, 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용도 없고 구두로나마 법률 자문을 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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