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식 할아버지 등, 국가 상대 1억대 손배소 제기
"강제징용소송 지연…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이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수사에서 밝혀진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홍진표 부장판사)는 17일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와 고(故) 김규수 씨의 배우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춘식 강제징용 피해자가 2018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서 승소판결이 난 뒤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8.10.30 kilroy023@newspim.com |
이날 피해자 측 대리인은 "원고들은 2005년 경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원고 승소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며 "그 사이 재판이 지연되는 등 재판거래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재판거래 행위를 불법행위로 보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의 기본권을 지키고 수호해야 할 사법부 일원이 어느 한쪽 당사자 혹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재판의 공정성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에서 정한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그 자체만으로 중대한 불법행위이자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특히 "당초 원고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형사재판 경과를 지켜보고 결론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려고 했다"며 "두 사람에 대한 형사재판이 통상과 다르게 지연되면서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돼 소송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가 측 대리인은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아울러 "원고들은 주장만 있을 뿐 입증이 없는 상태로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면 추가로 답변하겠다"고 했다.
이에 피해자 측은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한) 사법부 내부 진상조사보고서와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검찰 공소장 등 일부 증거는 제출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형사재판 경과를 지켜본 뒤 내년 5월 18일 다음 기일을 열고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이 씨와 김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은 2005년 2월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그러나 2012년 5월 원심 판결을 뒤집고 일본 기업이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 사건은 파기환송심을 거쳐 다시 대법원이 심리하게 됐고 재상고심은 2018년 10월 최종적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피해자 한 명당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하지만 1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송에 참여했던 피해자들은 이 씨를 제외하고 모두 세상을 떠났고 그 사이 '사법농단' 사건 수사가 시작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대법원이 정부의 정책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양 대법원장 등은 대법원에 접수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선고 시기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면서 청와대·외교부 등과 재판거래를 했다는 혐의 등으로 2019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씨 등은 불법 재판거래 과정에서 강제징용 소송이 합리적 이유 없이 5년 이상 현저하게 지연됐고 원고들은 고령이거나 사망해 중대한 손해가 발생했다며 지난 5월 한 명당 1억100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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