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이자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사유의 방' 전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민병찬 관장은 11일 서울 용산구 용산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사유의 방' 언론공개회에 참석해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맡은지 이제 1년 하고도 열흘이 됐다. 제가 기획해서 오픈하는 전시는 반가사유상이 처음이다. 반가사유상을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대표 소장품인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함께 '사유의 방'을 통해 전시한다. 두 반가사유상을 독립 공간에서 함께 전시하는 것은 1986년 이후 2004년,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두 점의 반가사유상을 박물관에서 언제든 감상이 가능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사유의 방'에서 전시되는 두 점의 반가사유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21.11.11 alice09@newspim.com |
민 관장은 "반가사유상을 세계적인 작품으로 거듭시키고자 이 공간을 꾸몄다. 현대 사회가 많이 변화하고 있는데 그런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고 멈춰진 공간을 통해 '사유'를 통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길바라는 취지가 크다"며 전시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반가사유상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오면 반드시 보고 가야하는 대표 소장품이다. 이를 위해 '사유의 방'은 기존의 관람 동선에서 과감히 벗어나 상설전시관 2층에 439규모의 새 전시실을 조성했다. 새로운 전시실은 건축가 최욱(원오원 아키텍스 대표)과 협업으로 완성됐다.
최욱 건축가는 "올 2월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유심히 본 것은 바로 '공간의 크기'였다. 24M 정도의 공간감이 필요했다. 24M가 연극 소극장 무대 크기 정도 되는데, 관객과 배우가 속눈썹 떨리는 정도까지 볼 수 있는 미묘한 크기이다. 그래서 24M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유의 방'에는 총 3가지 시점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들어갈 때 반가사유상을 보는 시점, 나갈 때 보는 시점, 그리고 반가사유상이 하늘에서 바라보는 시점이 있다. 이 공간을 유의깊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실은 소극장 크기의 전시 공간에 어둠을 통과하는 진입로, 미세하게 기울어진 벽과 바닥, 아스라한 반짝이을주는 천정 등을 구상했다. 이에 신소연 학예연구사는 "기울어진 바닥과 벽, 그 소실점의 끝에 반가사유상이 존재한다. 원근감이 상실된 공간"이라며 "바닥은 1도 정도 아주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는데 기울어진 벽과 함께 있어 착시효과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전시실 전이 공간에 설치된 영상 '순환'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21.11.11 alice09@newspim.com |
반가사유상을 보기 위해선 어두운 실내에 서서히 익숙해지기 위한 전이 공간을 거쳐야 한다. 이 공간에서는 영상'순환'을 감상할 수 있다.
신 학예연구사는 "이 영상은 우주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으로,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갖고자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상상을 통해 나만의 여정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말했다.
전이 공간을 지나면 두 점의 반가사유상을 접할 수 있다. 이곳은 타원형 전시대를 따라 반가사유상의 전체 모습을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사유의 방'에서 독특한 점은 전시품 정보를 적은 설명문이 최소화됐다는 점이다.
설명에 의존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감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색다른 관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또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마음 속 생각과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경험을 통해 '나만의 사유 여정'을 만드는 것이전시의 취지이기도 하다.
'사유의 방'이 보여주는 전시 메시지는 문화와 예술이 주는 진정한 위로와 치유의 힘이다. 신 연구사는 "반가사유상은 단순한 자세만 의미하지 않는다. 멈춤과 움직임의 찰나를 보여주고 있다. 한쪽 다리를 틀고 반가부좌를 하려는 것인지, 다른 쪽 다리를 얹고 명상을 하려는 것인지. 번민과 수행이 교차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우리 인생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반가사유상 자세는 석가보니 부처가 세자 시절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해 고민하며 첫 명상에 들었던 자세에서 비롯됐다. 우리가 인생의 기로에서 번민하며 했던 순간과 맞닿아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사유의 방'에서 전시되는 두 점의 반가사유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21.11.11 alice09@newspim.com |
신 연구사는 "미소는 우리가 살아났을 때 감동받고 치유를 받는 공감의 시작점"이라며 "수많은 번민과 고민, 끝에얻은 깨달음의 찰나를 포착한 것이 미소이다. 여러분이 이 미소를 보고 자신만의 미소를 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가사유상을 관람한 후 출구에는 엽서가 마련됐다. 엽서에는 QR코드가 있어 작품해설과 전시 공간 설명을 다시확인할 수 있다.
전시실에서 나온 후 벽면에는 하나의 애니메이션도 준비됐다. 신소연 연구사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박물관의딱딱한 이미지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며 "저희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니메이션은 두 반가사유상이 나오며, 각각 산과 물에 존재한다. 이들이 지친 영혼과 방황하는 영혼 즉, 우리를 어루만진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신 연구사는 "이번 '사유의 방'을 통해 지치고 힘들 때 오셔서 반가사유상으로 치유받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새롭게 전시한 '사유의 방'은 국립중앙박물관 내 상설전시관 2층에 있으며, 오는 12일부터 연중 무료 관람이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