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정확도 높인 인텔리전트 드릴·에피아...글로벌 출시 임박
'의료용 재봉틀', '지능형 수술 로봇' 개발 목표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의사의 '손맛'을 디지털화·기계화한 제품들입니다."
윤상진 림사이언스 대표이사(가천의과학대학교 길병원 임상교수)는 9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인텔리전트 드릴(Intelligent Drill)'과 '에피아(EPIA)'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림사이언스는 2012년 설립된 의료기기 개발·판매 회사다. 윤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능적 수술 시스템(Intelligent Surgery System)' 등 특허 10종 이상을 50여개국에 등록했을 정도로 연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현직 의사다.
현재 림사이언스에서 상용화 가시권에 들어온 제품은 인텔리전트 드릴과 에피아다. 쉽게 말해 기존에 의사의 감에만 의존하던 수술의 정확도를 높인 제품들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윤상진 림사이언스 대표. 2021.11.09 mironj19@newspim.com |
먼저 인텔리전트 드릴은 뼈 주변의 혈관과 신경이 손상되지 않도록 자동 멈춤 기능이 탑재된 수술용 드릴이다. 림사이언스의 인텔리전트 드릴은 뼈 밀도 특성 등을 실시간 분석·인지해 특정 부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멈춘다.
윤 대표는 "뼈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예로 들 수 있다. 수술용 드릴이 정확한 지점까지만 작동하고 멈춰야 한다"며 "의사가 원하는 위치까지 뚫지 않고, 뼈 주변의 신경이나 혈관을 건들면 신경 마비가 오거나 심하면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리전트 드릴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1등급 의료기기(class1)' 인증을 앞두고 있다. 일회용 인텔리전트 드릴은 연내에, 다회용은 내년 상반기에 인증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림사이언스는 다회용 인텔리전트 드릴은 1조5000억원, 일회용은 10조 이상의 시장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 대표는 "사업 확장을 위해 학회 시연과 글로벌 파트너 물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일회용 인텔리전트 드릴은 미국 UCLA 등과 투자 등을 논의 중이며 다회용은 인도 의료기기 업체와 판매 계약 협의 중"이라고 했다.
에피아는 경막외 마취의 정확도를 높이는 의료기기다. 지난 5월 유럽 인증(CE)를 획득했으며 FDA 인증도 진행 중이다. 경막외 공간은 2~3mm밖에 되지 않는 매우 좁은 공간이다. 경막외 공간에 마취제가 들어가지 않으면 아예 마취가 되지 않거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수술용 드릴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경험이 중요한 시술로 꼽힌다.
전세계적으로 연간 경막외 마취 시술은 1억 건으로 추산된다. 출산 시 맞는 무통분만 주사가 대표적이다. 림사이언스는 에피아의 시장 규모를 10조로 예측하고 있다. 회사는 중국 업체와 에피아의 동물용 버전인 '베피아(VEPIA)'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논의 중이다.
윤 대표는 "경막외 마취 시술도 의사의 주관적 경험에 의해 이뤄졌다"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컨디션이 나쁘면 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에피아를 사용하면 의사는 시술 자신감을 높일 수 있고 환자도 의료 사고의 위험 없이 편하게 시술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림사이언스 제품. 2021.11.09 mironj19@newspim.com |
림사이언스는 인텔리전트 드릴과 에피아를 캐시카우로 삼아, 봉합 시술을 할 수 있는 '의료용 재봉틀'과 의료 완전 자동화 시스템인 '지능형 수술 로봇'을 개발·출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윤 대표는 "의료용 재봉틀과 지능형 수술 로봇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있는 기술을 접목 시키는 것일 뿐이지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부족하다"며 "국책 과제가 '치료'가 아닌 '진단'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선 특허의 경중을 따질 수 있는 안목과 빅데이터가 아닌 알고리즘 우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