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내년 6월 인상 예상…채권시장 전망은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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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 결정과 인플레이션 장기 전망을 두고 채권 투자자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면서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동시에 경기 둔화 신호가 이어지면서 채권 시장에서 커브 플래트닝 현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 신호를 보내면서 지난달 전 세계 국채 단기물 수익률은 위를 향한 반면, 바닥을 기고 있는 성장세로 인해 장기물 수익률은 오히려 아래를 향하면서 커브 플래트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경기 비관론 신호
지난달 전 세계 국채시장에서는 경기 둔화가 전망될 때 나타나는 장단기 금리 차이 축소(일드 커브 플래트닝)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이는 국채시장이 중앙은행을 향해 섣불리 긴축에 나서면 경기가 급랭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란 해석이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미국 물가 상승세로 시장이 내년 조기 금리 인상 베팅을 지속하면서 지난달 29일 미국채 5년물과 30년물의 금리 차는 장중 72.9bp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좁혀졌고, 2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도 장중 108.6bp로 줄어들며 커브 플래트닝의 심화를 가리켰다.
미국 수익률 커브 플래트닝 [사진=옥스포드이코노믹스] 2021.11.02 kwonjiun@newspim.com |
장단기 금리 축소 현상은 미국만이 아닌데, 금융정보업체 트레이더웹에 따르면 ▲영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호주에서도 30년물과 5년물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호주와 캐나다의 30년물과 5년물 금리 격차는 15bp가량 좁혀져 그 폭이 미국의 동일 만기 축소폭 5.12bp보다 훨씬 컸는데, 캐나다 중앙은행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전격 중단하고, 호주에선 인플레이션 상승에 통화긴축 얘기가 솔솔 나오면서 단기 금리는 오르고 장기 금리는 하락했다. 독일 역시 정부가 공급망 병목현상을 이유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한 뒤 분트채 플래트닝이 깊어졌다.
도이체방크 글로벌 외환리서치대표 조지 사라벨로스는 단기 채권 시장이 최근 "유례없는 변동성을 겪고 있다"면서, 특히 호주 국채 시장에서 매도세는 1996년 이후 가장 심각했고 캐나다에서도 2009년 이후 최악의 채권 가격 하락(수익률 상승)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단기금리가 상승하고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나타난 플래트닝 현상은 중앙은행들이 조만간 긴축에 나서 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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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중으로 예상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그 가능성을 일관되게 일축했음에도 국채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은 에너지 가격 상승세 등 세계적인 인플레 현상이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를 재촉할 것이라는 전망이 번졌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인베스트먼츠의 스콧 루이스터홀츠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국채시장은 캐나다·호주·노르웨이가 금리를 수 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그 인상 예상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며 "시장은 내년 세계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돼 그 속도가 가팔라진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드커브 플래트닝을 두고 국채시장이 중앙은행에 보내는 경고라면서, 인플레가 두려워 서둘러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는 꺾이고 나중에는 다시 통화완화 정책으로 입장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 11월 FOMC, 금리인상 힌트 관심
현재 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이벤트는 3일 마무리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이르면 이달 중순 시작하겠다고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상 시점에 쏠려 있다.
투자자들은 최근 나온 인플레 지표와 긴축으로 다가서는 주요 중앙은행들의 행보를 토대로 연준이 내년 6월까지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한 뒤 여름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찰스슈왑의 캐시 존스 수석 채권 전략가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실제 금리 인상을 얼마나 빨리 추진할지가 큰 관심거리"라며 "현재 금융시장 기대치는 내년과 내후년 두 차례 인상"이라고 말했다. 또 "연준이 이번 주 테이퍼링을 발표하고 조만간 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7월로 예상했다. 골드만은 테이퍼링이 종료된 직후 이같은 시점에서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2번째 인상은 내년 11월로 전망되고 내후년 3번째와 4번째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달 27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은 내년 6월15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86.5%로 반영했는데, 최근까지 2023년 초로 예상되던 첫 금리인상 예상 시기가 6월까지 앞당겨진 것이다. 또 내년 금리를 1회(0.25%포인트) 올릴 가능성도 50%로, 현재 제로금리(0~0.25%)를 유지할 가능성(36.5%)보다 크게 높아졌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과 단기 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이렇듯 달라진 것과 관련해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할 예정이다.
파월 의장은 아마도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조기 긴축에 나설 만큼 우려하지는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균형잡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FHN파이낸셜 금리전략가 짐 보겔은 "중앙은행들이 당면한 과제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면서 "파월 의장과 연준이 균형잡기를 잘 해서 신뢰도와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에 진솔한 답변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2021.10.23 mj72284@newspim.com |
◆ 채권시장 전망은 '엇갈림'
한편 향후 채권시장 전망을 두고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중앙은행의 통화부양책 축소 및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채권의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인데, 일각에서는 앞으로 1년 동안도 국채 및 회사채 다수가 추가적 투자 손실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또 다른 진영에서는 플래트닝 후 장단기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일드 커브 스티프닝' 현상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봤다. 스티프닝은 장기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경기 낙관론을 반영한다.
블룸버그의 이코노미스트 및 채권 전문가 대상 설문 결과에 따르면 세계 국채시장의 기준물이자 장기금리 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1.6%대에서 내년 9월 말 1.96%로 상승한 뒤 내년 12월 말 2.0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까지 미국 10년물 국채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때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린 빌 그로스 핌코 전 공동창립자는 최근 투자전망 보고서에서 12개월 안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 채권 투자수익률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JP모간의 마르코 콜라노빅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플래트닝 현상은 일시적"이라면서 앞으로 스티프닝이 예상되는데 그 이유로 국채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들었다. 아무리 실질금리가 낮다고 해도 현재 국채시장에 반영된 기대인플레가 2.5%를 넘어서는 만큼 10년물 금리가 최소 2%로 상승하는 게 맞다는 주장을 내놨다.
캐피툴럼애셋매니지먼트의 루츠 뢰마이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국채 가격이 하락할 수는 있어도 경제 성장률 둔화 우려 때문에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HSBC는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올 연말 1.5%로 떨어지고 내년 말에는 1%까지 내릴 것이라며 채권 가격 강세를 점쳤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