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태현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유족들은 즉각 반발해 항소의 뜻을 밝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12일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 위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태현이 피해자 3명을 살해한 지 7개월 여 만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향하던 도중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1.04.09 leehs@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은 주거에서 일가족 전부인 세 모녀를 연달아 무참히 살해했다"며 "사람의 생명은 법이 수고하는 가장 존엄한 가치이고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A씨의 살해 동기도 일반인을 기준으로 비춰봤을 때 이해하기 어렵고, A씨의 여동생 B씨, 모친 C씨는 피고인과 아무런 관계 없지만, 피고인은 단지 피해자 범행 위한 수단으로 삼아 살해했다"며 "극단적인 인명경시 성향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과 더불어 추억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유족들의 입장은 상상조차 어렵다"며 "피곤인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사형의 형벌로서의 특수성, 형평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으며, 도주하지 않았고, 진심인지는 알 수 없지만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한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제출하고 법정에서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가 나오자 법정에 있던 유족들은 "사형해야 한다. 명철한 판단을 부탁드린다", "재판장님, 절규합니다"라고 오열하며 재판부에 호소했다.
유족 측은 선고 후 취재진을 만나 "탄원서를 받으러 다닐 때 모든 분이 '이 사건이 사형이 아니면 어떠한 중범죄가 사형이냐'고 말할 정도였는데 무기징역이라는 결과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이 스토킹 범죄의 선례로 남을 수 있도록 유족들은 항소를 통해 마지막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현은 지난 3월 23일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를 찾아가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된 A씨와 A씨의 여동생 B씨, 모친 C씨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4월 27일 구속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김태현은 A씨에게 호감을 갖고 연락을 이어갔으나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스토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구속기소 이후 재판부에 19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태현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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