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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흥국 자산시장에 적신호가 두드러진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신용시장을 중심으로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데 이어 미국의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 동반 상승에 따른 충격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이머징마켓을 집중 겨냥하는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한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후폭풍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신흥국 통화와 미국 정책 금리 변경에 민감한 단기물 국채 수익률의 상관관계가 2017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제로금리 정책 종료 시점을 2023년 말에서 2022년 말로 앞당긴 데 따른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 사이에 연준의 매파 정책에 대한 전망이 확산될 경우 신흥국 통화와 주식 등 주요 자산의 하락 압박이 크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미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펀드 유동성 지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한 주 사이 신흥국 채권 펀드에서 28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이 이탈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월가의 트레이더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뿐만 아니라 신흥국 주식 펀드 역시 2년래 최장기 자금 유출을 나타내며 투자 심리가 급랭한 상황을 반영했다.
뮤추얼 펀드 이외에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매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6월 이후 처음으로 1.5% 선을 뚫고 오른 뒤 상승폭을 2bp(1bp=0.01%포인트)로 축소하며 1.483%에서 거래를 마쳤다.
월가는 10년물 수익률이 조만간 3월 고점인 1.74%까지 오르는 한편 내년 2.0% 내외로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흥국 자산의 매도 열기가 미국 시장 금리 상승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데 월가는 한 목소리를 낸다.
아마존(AMZN)과 페이스북(FB)에 이어 애플(AAPL)이 이날 장중 기준 고점 대비 10% 이상 급락하며 조정 영역에 진입하는 등 뉴욕증시의 빅테크 약세 흐름과 이머징마켓의 자금 유출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연준을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 시동을 걸자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위험자산에서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이 연초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통화 및 재정 정책 측면의 슈퍼 부양책이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를 위축시키면서 금리가 뛰었던 반면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조짐과 중앙은행의 매파 정책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
도이체방크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최근 수 개월 사이 신흥국 금리가 인플레이션에 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며 "이는 해당 지역의 통화에 커다란 악재"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시장금리가 오르는 한편 신흥국 주식시장이 내림세를 나타낼 때 관련 통화가 큰 폭의 하락 압박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멕시코 페소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골드만 삭스와 라자드 애셋 매니지먼트가 20년간 이어진 신흥국 자산시장의 선진국 대비 언더퍼폼이 종료 시점을 맞았다고 주장했지만 상황이 급변한 셈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최근 3개월 사이 50bp(1bp=0.01%포인트) 이상 치솟은 것은 커다란 적신호라고 주장했고, 윌리엄 블레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10년물이 30bp만 올라도 대규모 자금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블룸버그는 올들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빌미로 한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이 과거에 비해 커다란 충격을 자산시장에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한국과 러시아, 멕시코를 포함한 주요 신흥국의 물가 지표가 이번주 또 한 차례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뜩이나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이머징마켓 전반에 후폭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른바 '금리 발작'이 최악의 시점에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신흥국 가운데 특히 터키와 멕시코, 인도네시아의 채권시장에 한파가 예상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재정적자와 경상적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데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데 따라 외풍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