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면·짜짜로니 리뉴얼...불닭볶음면 라인업도 늘려
올해 미국·중국법인 설립...해외 공략 시간 걸릴 듯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삼양식품이 라면 맛을 바꾸고 있다.
1958년에 출시된 국내 1호 라면인 '삼양라면'에는 표고버섯과 청양고추를 넣어 국물 맛을 진하게 바꿨고 경쟁사인 농심 짜파게티에 대항해 '볶아먹는 짜장라면' 타이틀을 내걸었던 짜짜로니는 결국 비벼먹는 방식으로 리뉴얼했다. 고집을 버리고 소비자 니즈에 맞추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라면 맛 바꾸고 제품 라인업 강화
삼양식품은 최근 삼양라면과 짜짜로니의 맛과 디자인을 전면 리뉴얼해 출시했다. 요즘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새로운 맛과 간편함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삼양라면의 경우 올해 면, 스프, 후레이크를 모두 바꿔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라면스프는 기존의 햄 맛 베이스를 바탕으로 표고버섯, 청양고추 등 야채 풍미를 더했다. 업체 측은 국물 맛이 이전 보다 진해졌다고 설명한다.
후레이크에는 건청경채, 건파, 건당근 등 기존 대비 30%를 증량해 풍성한 식감을 구현했다. 면발도 양파 진액 반죽을 넣어 풍미를 돋우고 밀가루 배합비로 탄력성을 강화해 쫄깃함을 더했다. 삼양식품은 이달 중 삼양라면 매운맛도 리뉴얼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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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한 삼양라면 오리지널 패키지. 사진=삼양라면 |
짜짜로니는 맛뿐만 아니라 조리법까지 바꿨다. 국내 대표 짜장라면 중 하나인 짜짜로니는 그동안 경쟁사인 농심의 짜파게티에 대항해 '볶아먹는 맛'을 강조해왔다.
짜장라면의 면을 익힌 다음 스프를 넣어 먹는 마지막 단계에서 농심 짜파게티가 '비벼먹는' 조리법을 제시했다면 삼양식품의 짜짜로니는 '짜장소스를 넣은 다음 센 불에서 1분 이상 볶으라'고 안내해온 것이다. 비비거나 볶아먹는 방식이 두 짜장라면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던 셈이다. 짜짜로니의 '볶아먹는' 조리법 차이가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탈 정도로 마니아 팬층도 두터웠었다.
그러나 사실상 두 짜장라면 간 경쟁의 승자는 농심의 짜파게티다. 짜파게티는 라면별 매출 순위 5위권에 안착했지만 짜짜로니의 매출은 10위권 밖이기 때문이다. 결국 삼양식품은 이번 리뉴얼로 짜짜로니의 조리법을 볶아먹는 방식 대신 비벼먹는 방식을 취하면서 고집을 꺾었다. 대신 볶지 않고 비벼먹어도 볶음짜장의 풍미가 유지되도록 만들었다고 업체 측은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편의를 강화하면서 특유의 맛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짜장라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보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짜장라면시장 규모는 2018년 2000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삼양식품은 앞서 지난 6월에도 '짜장이라구요'를 출시하는 등 짜장라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삼양식품은 인기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올해에는 4가지치즈 불닭볶음면, 로제불닭떡볶이, 로제불닭납작당면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현재 불닭볶음면 관련 20여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라면 맛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 왔었다""며 "이번에는 좀 더 진한 맛을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짜짜로니 등 다른 제품들도 맛과 패키지를 바꾸면서 새로운 느낌을 줬다"며 "건면, 비건 트렌드에 따른 라면 제품 라인업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중국서 법인 설립...운영까지 시간 걸릴듯
해외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해외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 각각 우리 돈 23억, 16억을 출자해 새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 2019년 일본 법인설립에 이어 세 번째 법인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 시장 확대를 통해 해외시장 이익률을 개선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은 최근 창립 60주년 기념사에서 "앞으로의 60년은 세계적인 식품기업으로 거듭나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해외 시장 강화를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삼양식품의 수출 국가 비중은 지난해 기준 중국이 40.5%로 가장 높고 동남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27%, 미국은 15.1%를 차지한다. 기존 수출업체를 통해 판매되던 물량을 100% 법인판매로 돌리고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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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밀양공장은 2022년 초 준공을 목표로 연면적 6만 9801㎡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세워질 예정이다. 사진=삼양식품 |
불닭볽음면의 흥행으로 해외 판매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삼양식품의 해외매출액은 2018년 2001억 원, 2019년 2700억 원, 2020년 3703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해외매출액 3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법인 설립 이후 실제 판매·운영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준비 기간이 필요해서다. 일본 법인의 경우 2019년 설립 이후 운영까지 10개월가량 소요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중국 법인 운영이 시작되고 수출전진기지인 밀양 신공장 완공이 예정된 내년 중순 이후에나 법인 설립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수출 확대 등으로 장기 전망은 밝지만 하반기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반짝 실적의 기저효과와 원재료비 상승부담이 반영돼서다. 관련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9.1% 감소했고 매출액도 13% 줄어든 2875억7201만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해 목표주가를 8% 낮췄다"며 "작년 기저부담 및 원가 상승 부담으로 하반기에도 전년 대비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