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카카오株, 규제논란에 한달만 '100조클럽' 반납
다급하게 상생안 내놨지만..."해결의지 없고 허울뿐" 지적도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골목상권과 상생하겠다며 골목상권 사업 철수 및 3000억원의 상생기금 조성 등이 담긴 대안을 내놨다.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정치권이 일제히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지적한 지 7일만이다.
다만 이번 상생안을 김 의장의 '결단'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범 그룹 차원의 상생안을 빠른 시일 내 구체화하겠다는 것이 카카오측 입장이지만,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 다음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임기응변식 대처라는 것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제공=카카오] |
◆정부·정치권 전방위 압박에 일주일만 '백기'
카카오는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상생안을 14일 발표했다. 상생안에는 ▲꽃, 간식, 샐러드 배달 중개서비스를 비롯한 골목상권 논란 사업철수 및 혁신사업 중심의 사업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해 5년간 3000억원의 상생기금 조성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으로 케이큐브홀딩스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회적 책임 강화 조치의 첫 타자로는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카카오 모빌리티가 나섰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돈을 더 내면 택시가 빨리 잡히는 기능인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폐지하고, 택시기사들이 가입하면 배차에 혜택을 주는 '프로멤버십' 월 이용료도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낮춘다.
공정위는 김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이 공정위에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카카오 그룹은 지난달 6일 카카오뱅크 상장 이후 줄곧 시가총액 100조원 이상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한달만에 '100조클럽' 자리를 반납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국감에서는 김 의장이 타깃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여론까지 악화되자 사실상 카카오가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문제본질 짚지 못한 임기응변식 해법" 비판도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 8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8월 임시국회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범 처리 촉구 입점업체⋅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8.23 pangbin@newspim.com |
이번 발표에 대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카카오가 당장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다급하게 발표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이날 큰 틀에서 골목상권 논란 사업들을 철수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사업 철수가 구체화된 서비스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꽃, 간식, 샐러드 배달 중개서비스 하나다. 정작 여론의 질타를 받은 카카오 헤어샵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꽃, 간식, 샐러드 배달 사업이 당장의 철수대상 사업이고 나머지 사업들은 내부검토 및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거쳐 매각, 사업철수 수순을 밟아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이를 조율한 뒤 발표를 하는 게 맞는다"며 "각계의 비난이 거세지니 카카오가 임기응변식 대응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창업자인 김 의장이 소유한 가족 경영 투자전문업체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이번 상생안이 케이큐브홀딩스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는 대책이라는 점에서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자료 누락 고의성에 대한 조사와 함께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했는지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케이큐브홀딩스가 자녀 승계나 법인세 절세 목적의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김우중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지금 나온 상생안은 케이큐브홀딩스가 이미 하고 있는 사회적 투자, 임팩트 투자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 교수도 "케이큐브홀딩스의 경영에서 가족을 배제하겠다거나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