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5.9조원 증가…네 번째 '역대 최대'
전세자금대출 2.8조원, 주담대 절반 차지
공모주 청약금 반환으로 기타대출 '급감'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역대 최대로 늘어났던 은행 가계대출 규모가 지난달 한 풀 꺾였다. 카카오뱅크 등 공모주 청약금이 상환되면서다. 하지만 주택 수요가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는 여전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6조2000억원 늘어난 104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9조7000억원보다 증가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지난해 8월 11조7000억원보다도 절반 가량 감소했다.
지난 7월 가계대출은 월별 증가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는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HK이노엔 등 공모주 청약 증거금 등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이달에는 청약 관련 신용대출이 대부분 상환되면서 전체 가계대출이 전월대비 줄었다. 지난달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3000억원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7월 3조6000억원 증가에서 크게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HK이노엔 공모주 청약 증거금의 경우 지난달 3일 29조원이 반환됐다.
지난달 하순부터 대두된 시중은행들의 대출 중단, 한도 축소 등 '대출 조이기' 영향은 크게 없었다.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박성진 차장은 "일부 은행의 신용한도 축소와 관련해서는 전 금융권으로 파급된 것이 아니고, 내부 검토 중이거나 대부분 9월 중에 실시되기 때문에 8월 중 기타대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에 대해서 그는 "그간 대출금리는 지표금리가 상승하고 가산금리 인상과 더불어 대출금리는 꾸준히 인상됐다"며 "이미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에 선반영되면서 영향이 부분적으로 있을 것이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파급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은행) |
주담대는 5조9000억원 늘어나며 지난달(6조원)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는 8월 증가액 기준으로 2004년 속보 작성 이후 네 번째로 최대 규모다. 주담대 증가액은 올해 1월 5조원, 2월 6조5000억원, 3월 5조7000억원, 4월 4조2000억원, 5월 4조원, 6월 5조1000억원, 7월 6조원, 8월 5조9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주택매매 및 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집단대출 취급도 이어지면서 전월과 비슷한 규모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파트 매매와 전세 거래가 계약일 기준 7월 각각 5만7000호, 4만1000호로 집계돼, 올해 꾸준히 증가했다.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 7월 2만호에서 지난달 3만2000호로 늘었다. 전세자금대출은 전월과 같은 2조8000억원 증가해, 올해 내내 2조원대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박 차장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7월부터 시행됐지만, 여기에 규제를 받는 대출은 전면적으로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9월부터 가시화 될 것"이라며 "주담대 증가분 절반이 전세자금대출로, 이는 실수요적 성격이 강한 만큼 규제가 상대적으로 없기 때문에 대출 증가 요인으로 계속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기업대출은 7조9000억원 증가한 104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2009년 6월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가장 큰 폭 증가다.
전체 기업대출을 견인한 건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받은 중소기업이었다.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은 7조5000억원 늘어나, 8월 기준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설자금 중심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중소기업 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은 3조4000억원 늘어나며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은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 전월의 계절 요인이 소멸되면서 3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박 차장은 9월 이후 가계대출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의 파급 영향,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노력‧조치, 주택시장의 상황 변화, 가계 주체들의 수익 추구 경향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주택수요, 생활자금수요, 투자수요 등이 여전히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대출 수요가 급격하게 둔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