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단톡방서 교육지도관에게 '도라이' 발언…1심 무죄 → 2심 유죄
대법 "우발적 사용…군 조직질서에 지장 없어" 무죄 취지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여러 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상관을 '도라이'라고 지칭하며 욕한 행위를 상관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해군 부사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고등군사법원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2019년 해군 부사관 후보생으로 입대해 하사로 임관한 A씨는 상관인 지도관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당시 지도관 B씨는 A씨를 비롯한 교육생 11명에게 일주일간 목욕탕 청소를 지시하고 양말을 신은 채로 들어가 양말이 젖는다며 물기 제거 상태가 불량하다는 등의 이유로 A씨에게 총 25점의 과실점수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A씨는 과실점수가 누적돼 외출·외박이 제한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동기생 75명이 모인 단톡방에서 "도라이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며 B씨룰 욕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A씨가 사용한 '도라이'라는 표현이 B씨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고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상관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도라이'라는 표현은 장마철에 습기가 많은 목욕탕을 청소해야 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피해자의 청소상태 점검방식과 그에 따른 과실 지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단톡방은 피고인의 동기생들만 참여하는 비공개 채팅방으로, 교육생 상당수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를 사용해 대화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목욕탕 청소를 담당했던 다른 교육생들도 피고인과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의 '도라이' 표현 사용은 단 1회에 그쳤고, 그 부분이 전체 대화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며 "해당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고 그 표현이 내포하는 모욕의 정도도 경미한 수준인 점 등의 사정에 비춰볼 때 동기 교육생들끼리 상관에 대해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해, 이로 인해 군의 조직 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되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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