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구조조정" 노조 반발...행안부·서울시 구조조정 준수 압박
자연 퇴직 인원 줄일 뿐 정리해고 아니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오는 14일로 서울지하철의 전면파업이 예정된 가운데 서울교통공사 노사의 협의가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최대 쟁점인 10% 인력구조조정 및 외주화 문제에서 노사 양측은 팽팽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오는 9일과 13일 두 차례 본교섭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합의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7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노사 양측의 합의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올 하반기 7000억원 어치 공사채를 새로 발행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발행된 공사채는 약 1조8000억원 규모. 올해만 1조6000억원 상당의 적자 발생이 예상되는 만큼 추가 공사채 발행을 할 수 없다면 서울교통공사는 부도 상태인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으며 특히 임금 체불도 발생할 수 있는 현실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출근길 서울 지하철 모습 yooksa@newspim.com |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측은 조합원 결의를 갖고 다음 주 화요일인 오는 14일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노사 교섭의 최대 쟁점은 1500여명의 인력구조조정 문제다. 사측은 정리해고가 아닌 정년퇴임 등으로 비워지는 자리를 100% 채우지 않는 것인 만큼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측은 답을 정해 놓은 상태에서 협상도 제대로 하지 않는 사측의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는 앞서 지난달 31일 첫번째 본교섭을 가졌지만 별다른 협의 없이 끝났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하반기 약 7000억원 어치 공사채 발행을 위해 1차 승인권자인 서울시와 최종승인권자인 행정안전부가 자구안의 철저한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공사채 발생 승인을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자구안의 철저한 이행이 있어야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인력구조조정에 노조 측의 합의를 요구한 셈이다. 서울시 역시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지만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조측은 사측이 이미 10%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 놓고 이에 노조가 순응할 것만 요구하며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점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만난 자리에서도 사측은 행안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인력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만 재확인했다"며 "합의 없는 인력구조조정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노사 양측은 오는 9일과 파업 직전인 13일 본교섭을 갖기로 합의한 상태다. 지금도 실무진급의 물밑교섭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게 노사 양측의 이야기다. 하지만 인력구조조정에 대해 합의가 없는 한 파업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연대 파업을 결의했던 나머지 5개 지자체 교통공사는 어느 곳도 인위적 구조조정을 자구안에 담지 않았는데 서울시만 이를 강행하려하는 실정"이라며 "타 지자체 교통공사와 달리 유독 서울시만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지금으로선 노조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며 파업 현실화를 예고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 노조 릴레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정부와 운영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며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서울시를 규탄하고 인력감축, 청년채용 축소, 안전관리 외주화 등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2021.09.03 kilroy023@newspim.com |
반면 사측은 서울시와 행안부의 공사체 발행 승인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행안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이행 의지를 요구한 가운데 구조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장 공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더욱이 지하철 적자의 본질적인 해결책인 정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자구안의 성실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구안의 1차 승인권자인 서울시도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 인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교통공사의 적자 구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노사합의로 인력구조조정 규모를 다소 줄이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구조조정안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파업을 막기 위해선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인력구조조정 반대를 외치고 있는 노조에 명분을 줘야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자칫 인력구조조정 후 안전사고가 단 한건이라도 나면 그 책임은 사측과 서울시에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인력구조조정을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야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양 공사 통합 이후 서울교통공사의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것은 사실인 만큼 한차례 구조조정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양 공사 통합 이후 복지와 급여를 높은 쪽에 맞춰 통일해주는 과정에서 인건비 지급이 크게 늘어났다"며 "시민 안전을 볼모로 교통공사의 방만 경영을 두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우려했던 전국 지하철 동시 파업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광주교통공사가 이미 협상에 성공한 상황이며 부산 지하철 역시 합의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대전, 대구의 경우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쪽은 인력 구조조정 사안이 없는 만큼 합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어떻게든 파업을 막아야하겠지만 파업 현실화 이후 정상운행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며 "남은 두차례 본 교섭 중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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