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증권맨] "증권은 빅데이터 활용방법 무궁무진"
'은행+카드+투자' 결합 시너지 기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올해 증권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디지털 혁신'이다. 각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연초부터 신년사를 통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마이데이터 등을 거듭 강조했다. 그만큼 디지털은 앞으로 각 증권사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 역량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빅데이터'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증권사, 은행, 카드사 등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결합하고 어떤 수익사업으로 연결할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빅데이터 인재를 모시려는 증권사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진다.
김승수 신한금융투자 빅데이터센터장은 빅데이터 불모지였던 증권가에서 이 분야를 개척한 대표적인 전문가다. 그는 아직 빅데이터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3년 전, 처음으로 금융투자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신한금투는 빅데이터센터를 출범시키기 위해 관련 인재를 물색한 끝에 어렵게 김 센터장을 영입했다는 후문이다.
김 센터장에게 증권사의 빅데이터 활용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미래를 들어봤다.
◆ "금융 빅데이터는 금맥"
김 센터장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이후 경영정보시스템 분야를 공부해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빅데이터 전문가다. 당시에는 대학에 빅데이터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김 센터장은 경영정보시스템을 전공하면서 빅데이터 기술을 공부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승수 신한금융투자 빅데이터센터장. 2021.05.27 pangbin@newspim.com |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센터장은 유통업계에서 첫발을 뗐다. 당시에는 아마존 등 미국의 거대 유통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는 뉴스가 쏟아지던 시절이었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 센터장도 당시 근무하던 한 기업에서 고객관계관리(CRM), 정보전략 등으로 불리는 부서에서 근무했다.
이후 김 센터장은 신한금투의 영입 제안을 받은 뒤 큰 고민 없이 자리를 옮겼다. 증권사야말로 빅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이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김 센터장은 "처음에는 유통업계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했는데 향후 금융투자와 빅데이터의 시너지가 커질 것으로 판단해 과감하게 이직을 결정했다"며 "다만 증권 분야에서 빅데이터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보니 저변을 넓히는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예상대로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를 속속 시장에 내놓고 있다. 김 센터장을 비롯한 신한금투 빅데이터센터가 내놓은 대표적인 서비스는 '투자플러스'다. 이는 신한금투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종목 분석, 이슈 진단, 종목 발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신한금투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통해 이용 가능한데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호응을 얻고 있다.
◆ "데이터 결합, 경계가 없다"
김 센터장은 올해 안에 내놓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느라 밤낮없이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진단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도 고객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매뉴얼은 마련돼 있지만, 고객 개개인의 데이터를 통해 보다 정확도 높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고객의 과거 투자 내역을 포함해 카드 사용 데이터 등도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실제로 신한금투는 지난 5월 7일 금융결제원을 통해 신한금투와 신한카드 간 대용량 데이터 결합 작업을 마쳤다. 이는 금융결제원이 지난 3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데이터 전문기관으로 지정받은 뒤 첫 결합 사례로 기록됐다.
김 센터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분야는 데이터 간의 결합이다. 증권사가 확보한 데이터에 은행, 카드사의 데이터를 결합한다면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센터장은 "증권사의 경우 그간 고객층이 두껍지 못하다는 한계점이 있었지만, 최근 자산증식에 관심을 갖는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었고 관련 데이터도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시로 거래가 이뤄지는 은행과 카드사의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면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을 중요한 포인트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인력확보, 마이데이터가 관건"
김 센터장의 또 다른 고민은 인재 영입이다. 빅데이터센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필요 인력도 늘어나고 있지만, 원하는 인재를 찾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신한금투 빅데이터센터는 현재 10여 명의 인력을 배치했으나 5명 이상을 추가로 충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에 대한 이해력과 기술력은 기본에다 금융투자 관련 지식까지 갖춘 인재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승수 신한금융투자 빅데이터센터장. 2021.05.27 pangbin@newspim.com |
김 센터장은 "금융투자업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은 빅데이터 기술이 부족하고, 빅데이터 기술이 뛰어난 사람은 금융투자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다만 빅데이터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보니 기술력을 가진 인재를 우선 채용한 뒤 금융투자에 대해 교육하는 방향으로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 증권사의 빅데이터 방향성에 대해 '마이데이터' 사업 여부로 각 증권사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투 역시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예비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올해 안에 본허가까지 마친다는 목표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 금융업권에서는 마이데이터를 활용, 차별화된 서비스를 발굴해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특히 증권사의 경우 마이데이터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원하는 종목 분석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들이 고객들의 여러 소비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고 실제 기업에 대한 투자성과로 연결하는 모델을 구상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신한금투의 경우에도 차별화된 데이터를 만들어가는 연구를 진행해 왔고 앞으로는 금융데이터 거래소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