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대비 10% 낮게 형성된 시초가보다는 1.2% 올라
외국인 매도 공세…고평가 vs. 저평가 논란 지속될 듯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역시 비쌌던걸까. 크래프톤이 '고평가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약세로 상장 첫날 거래를 마쳤다. 기업가치 평가의 적정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재로선 '배틀 그라운드' 외에 추가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코스피시장에 데뷔한 이날 시초가 대비 5500원, 1.2% 오른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공모가보다는 8.8% 낮은 수준이다. 이날 크래프톤의 시초가는 공모가 49만8000원보다 9.9% 낮은 44만8500원에 결정됐다. 개장 직후 약세를 보이며 낙폭이 10%대까지 확대됐으나 이후 오름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내 다시 하락 전환, 때때로 시초가 위로 올라오긴 했으나 대체로 약세 흐름을 보이다 장 막판 낙폭을 만회하며 상승 마감했다. 첫날 부진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톤은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이동현 리서치알음 대표는 "비싸다. IP도 하나뿐이고. 밸류에이션이 굉장히 높다"면서 "적게 빠졌다, 많이 빠졌다 얘기하긴 힘들겠지만, 더 빠지면 더 빠질 수 있지 여기서 오르긴 쉽지 않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로고=크래프톤] |
크래프톤은 2007년 설립된 게임업체로, 지난해 매출 1조6704억 원과 영업이익 7739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공모가를 49만8000원으로 확정했으나, 고평간 논란 속에 일반청약에서 증거금 5조358억 원, 경쟁률 7.79대 1이라는 기대 이하의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강석오 흥국증권 연구원은 "'배틀 그라운드'가 캐시카우가 된 상황에서 다음 성장을 위해선 AAA급 신작의 추가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배틀그라운드 유니버스를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과 '카우보이(Cowboy)' 등의 게임을 통해 플랫폼 및 장르를 동시에 다각화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상장일 매도 압력이 높은 편"이라며 "외국인의 미확약 지분율은 5.6%로 카카오뱅크의 2배 수준"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이날 외국인은 크래프톤 주식을 38만 주 가까이 순매도했다. 크래프톤과 마찬가지로 고평가 논란이 일었던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일인 지난 6일 외국인이 415만여 주 순매수하며 상한가로 이끌었다. 공모가 대비 79% 수익률이다. 비록 '따상'엔 실패했지만, 첫날 상한가에 이어 이튿날인 지난 9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12% 넘게 올랐다. 이날엔 10% 정도 빠졌다.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으로써 수익사업이 다양한데 비해 크래프톤은 게임 IP 하나에 의존해야 하고, 사업구조적으로도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크래프톤이) 사업 확장 불확실성 면에서 안 좋게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크래프톤 주가 및 거래량 추이 [자료=삼성증권] |
반론이 없진 않다. 고평가로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KTB투자증권은 최근 크래프톤의 주당 적정가치를 58만 원으로 제시했다. 시가총액으로는 28조 원이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당 적정가치는 2021년 3분기~2022년 2분기 예상 지배주주지분 9370억 원에 타깃 PER 30배를 적용한 것"이라며 "공모가 상단 49만8000원 대비 업사이드 16%, 타깃 PER은 신작 성과 업사이드 리스크, IP 확장성 및 공모자금 기반 투자 확대 등 우호적 여건을 최대로 반영한 결과치"라고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저평가' 의견에 더 무게를 뒀다. 올해 말 론칭 예정인 모바일 기대 신작 '배틀 그라운드: 뉴 스테이트' 글로벌, 내년 론칭 예정인 PC·콘솔 기대 신작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 글로벌 등 핵심 기대 신작 2개의 슈퍼 히트 가능성을 감안한 내년 실적 전망치 기준으로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4개 게임 대장주들과 비교해 상당수준 저평가라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메리츠증권은 크래프톤의 적정주가를 72만 원을 제시하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 영업가치 산정을 위한 적정 PER은 글로벌 게임회사 평균 PER을 적용했다"며 "글로벌리 가장 성공한 IP 경쟁력이 원 게임(One Game) 우려를 상쇄하고도 남으며, 배틀 그라운드 IP의 성장 여력과 '뉴 스테이트' 성과에 따른 업사이드 그리고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으로 포트폴리오도 다변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