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해진공 관할 해수부, 산은 설득 어려워
"관리단 3사 합의구조지만 해운업계 의견은 묵살"
글로벌 선사 부산항 패싱…파업 피해 여파 우려
"제조업 생산차질 수준과 달라…산은 전향적 전환해야"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임금 협상을 놓고 갈등을 키우고 있는 HMM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5.5%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노조가 받아들일 만한 안을 회사가 제시할지에 따라 합의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특히 HMM 자금줄을 쥐고 있는 공동관리단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리단은 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 산하의 한국해양진흥공사로 구성돼 있지만 사실상 산은의 입김이 막강해 해수부가 산은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 "HMM 공동관리단 3사 합의 구조 안지켜져"…해진공 관할 해수부도 산은 설득 어려움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HMM 노사는 오는 19일까지 중노위 쟁의조정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조정 기한이 오는 9일이지만 노사가 한 차례 조정 기한 연장에 합의해 19일로 미뤄졌다. 우선 9일, 13일 회의가 예정돼 있고 한 번 더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쟁의조정은 통상 2차로 마무리된다. 쟁의조정 위원은 노사가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을 교차 추천한다. 여기에 중노위의 공익위원을 포함, 3명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사측이 노조가 수용할 만한 임금 인상안을 제시할지다. 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등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임금 5.5% 인상과 기본급 100% 수준의 격려금을 제안한 상태다. 조정을 통해 합의가 이뤄지려면 최소 두자릿수의 인상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사측이 두자릿수 인상안을 들고 나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은과 해진공으로 구성된 관리단이 HMM의 자금 관리를 맡고 있어서다. 관리단 파견을 위해 산은, 해진공, HMM이 맺은 업무협약(MOU)에 따르면 3사가 자금 관리를 합의한다고 돼 있지만 사실상 산은이 결정 권한을 갖고 있어 설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관리단은 사업부별로 진행하는 자금 관련 보고에 대해 자금 집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사측에서 자금 집행을 결정하더라도 관리단이 승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산은, 해진공에서각각 3명씩 파견돼 총 6명으로 구성돼 있고, 산은 측 인사가 관리단장을 맞고 있다. 관리단장은 1년마다 교체된다.
김진만 HMM 육상노조 위원장은 "MOU 내용과 달리 사실상 산은이 자금 관리를 쥐락펴락하고 있어 회사 차원의 판단이나 해운업계를 이해하고 있는 해진공 측 의견은 묵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진공을 관할하는 해수부 역시 임금 인상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올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된 데다 동종업계 상황 등을 고려해 사측의 인상안보다 추가 인상 요인이 있다고 본다"며 "해진공을 통해 채권단으로서 산은, 사측과 긴밀히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노위 조정에서 사실상 사측의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났던 점에서도 조정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조정에서는 노사가 받을 수 있는 안을 내고자 하지만 결국은 회사 안을 받으라는 결론으로 귀결됐다"며 "조정위원이 판단해서 조정안을 내는 게 아니고 서로 양보하는 방식이어서 노조가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HMM 컨테이너선이 美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제공=HMM] |
◆ 운임 고공행진·글로벌 선사 부산항 패싱으로 피해 막대…"산은이 파업 파급효과 간과"
하지만 지난해 중노위와 가장 다른 점은 파업의 여파가 어느 때보타 크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4196.24를 기록해 12주 연속 최고가 경신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선사들은 물량이 적은 부산항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선박 부족으로 인해 운임이 급등하고 있어 중국 등 주변국 항만에서 이미 선복이 차버리기 때문이다. 과거 선복(선박 적재 용량)이 비어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벌였던 과거과 달리 수출 기업들은 웃돈을 주고도 선복을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 위원장은 "산은이 해운업계 파업의 파급효과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라며 "단순 제조업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수준과 다름에도 산은은 여전히 복지부동"이라고 비판했다.
해수부가 지난해와 달리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해운업계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서다. 해수부 관계자는 "최근 수출 물류가 워낙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파업이 발생하면 절대 안 된다"며 "중노위 조정을 통해 접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HMM의 자금줄을 쥐고 있는 채권단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산은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