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신설로 인사 적체 해소 기대감 고조
에너지정책 부담 속 정책 성과 창출 '숙제'
대선예비후보 에너지부처 예고 '양날의 칼'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에너지차관 신설로 사실상 3차관 체제로 확대된 산업통상자원부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국제사회의 탄소중립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는 만큼 업무에 대한 책임도 커질 수 있어서다. 더구나 매머드급으로 급성장한 산업부가 차기 정부에도 현재 모습을 유지할 지 미지수다.
◆ 산업+통상+에너지 갖춘 매머드 부처로 확대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분야 조직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을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조직개편은 오는 9일 시행된다.
에너지 전담 차관(제2차관)을 비롯해 전력혁신정책관·수소경제정채관 등 2관, 전력계통혁신과·재생에너지보급과·수소산업과·원전지역협력과 등 4과가 신설된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산업부는 1차관, 2차관, 통상교섭본부장(차관급) 등 3차관 체제로 확대된다. 역할로 보면, 산업, 통상, 에너지 분야로 분리돼 그야말로 한국경제를 견인해나갈 산업분야의 핵심 부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50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2021.5.29 photo@newspim. |
이번 에너지 차관 신설은 지난해 11월 '2050 탄소 중립 전략' 발표 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추진됐다. 그만큼 에너지와 산업정책 개편을 통해 탄소중립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소경제로의 에너지 전환 정책 마련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다음달께 그린수소 활성화 등 '수소경제 로드맵 2.0'을 발표한다.
이처럼 매머드급 부처로 급부상한 산업부 내부에서는 우선 이번 조직개편에 반기는 분위기다. 고공단부터가 벌써부터 미소를 짓는다.
조직이 확대되는 만큼 산업부 실·국장급인 고위공무원단의 인사 적체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차관 라인에서 내부 승진이 이뤄지면 실장급 자리 2개가 생겨난다. 국·과장급 인사도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인사 적체를 단번에 풀어줄 수 있는 조직 개편"이라며 "에너지 분야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답했다.
◆ 에너지분야 자체만으로 단독부처 자격 있어...차기정부 수술 가능성
에너지차관 신설은 그만큼 실효성 있는 에너지 정책을 마련해 탄소중립을 외치는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그만큼 에너지 관련 정책 마련에 산업부의 업무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탈원전 논란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 마련부터 난관이다.
최근 들어 여름철 전력난이 가중되면서 원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만큼 탈원전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는 데도 피로감이 커진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원전을 대체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은 만큼 그린 에너지 정책으로 부족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벌써부터 산업부 내부에서는 "에너지 관련 부서를 기피해야 할 것 같다"는 말도 들린다.
이와 함께 이번 조직 개편으로 역할이 늘어난 산업부가 차기 정부에도 현 체제로 유지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확신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외교부의 경우, 국제 관계 이외에 사실상 콘텐츠가 없다보니 통상분야를 차기 정부에서 얻길 원하는 분위기"라며 "산업부가 문재인정부 막바지에 거대 부처가 된 상황에서 에너지 성과를 창출하기 어려워진다면 차기 정부에서 1순위로 수술대 위에 올라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TV조선, 채널A 공동 주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부터 후보자를 6명으로 좁히는 컷오프(예비경선)를 시작해 11일 6명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2021.07.08 photo@newspim.com |
뿐만 아니라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두 지난달 2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경선후보 탄소중립 공약 발표회에 참석,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했다.
에너지차관이 신설됐으나 정작 차기 정부에서 에너지 분야를 맡게 될 부처가 별도로 신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당의 경우, 탈원전 정책의 중심에 있는 산업부를 해체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여당 역시 에너지 전담 부처를 신설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며 "현재 산업부가 에너지 관련 정책을 통해 단시일내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미 대선까지는 정책 성과를 보여주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문 정부 막바지에 신규 부처 신설이 어렵다보니, 과도기 차원에서 산업부에 에너지 차관 신설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에너지 분야 자체만으로도 이제는 하나의 부처 신설을 한다해도 이를 비판하기는 쉽지 않을 만큼 중요해졌다"며 "기존의 산업부 역할은 3차산업혁명 시대의 산물에 적용되는 것이고 4차 산업혁명 및 디지털 사회 속에서 산업 전반의 성격과 역할을 펼쳐보고 관련된 분야를 엮는 등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