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1심 판단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결함 여부 확인 어려워"
대법 "공작물 위험성 클수록 요구되는 방호 조치 의무도 높아져"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노후차에 저절로 불이 나 다른 차량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민사상 배상 책임은 화재 차량 소유자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원고 A 씨가 자신의 차에 불이 붙게 한 피고 B 씨와 B 씨의 보험회사 C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재판부는 "민법상 공작물책임 규정의 입법 취지는 공작물의 위험성이 현실화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공작물을 관리·소유한 사람에게 배상책임을 부담시킴이 공평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작물의 위험성이 클수록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방호 조치의 정도도 높아진다"며 "그런 조치가 돼 있지 않은 공작물은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서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후화된 이 사건 차량은 전기 장치의 결함에 대한 별다른 방호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그로 인한 위험이 현실화돼 결국 화재를 일으켰다"며 "원고가 입은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피고 B 씨의 차량은 2018년 3월 24일 오후 9시 22분경 공터에 주차된 상태에서 저절로 불이 났다. 이로 인해 바로 옆에 있던 승용차와 그 옆에 세워둔 원고 A 씨의 고소 작업 차가 파손됐다.
B 씨의 차량은 5t 화물차로 2001년 12월 10일 생산, 2013년경 누적 주행거리가 이미 100만km를 넘은 노후 차량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 씨 차량의 스타트모터 쪽에서 불이 나 주변으로 퍼진 흔적이 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단자의 절연이 파괴돼 합선이 생겼던 것이 화재 원인으로 보인다고 감정했다.
하지만 C 보험회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 화재의 발화 원인 판명이 불가능하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 씨는 B 씨와 C 보험회사가 공동으로 2억2630만원가량을 손해배상하고, C 주식회사는 1000만원의 위자료를 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들은 "주의 의무를 다했으므로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1심은 "피고들은 공동으로 1억6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하고 C 주식회사는 위자료 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국과수 조사 결과 이 사건 차량의 화재는 B 씨 차량 중 스타트모터 부품의 하자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B 씨가 차량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반면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스타트모터 내지 B단자는 평상시 차량 소유자가 관리하는 영역 내의 부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차량 소유자가 평소 차량 관리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도 결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품"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 차량이 노후 차량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자동차 정기검사가 계속 이뤄지는 가운데 2017년 12월 21일부터 2018년 6월 20일까지 장기검사 유효기간이 설정된 것으로 확인된다"며 "노후화로 인해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이나 자료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원심이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남부지법에 환송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