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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시시콜콜] 태권도와 복싱 쇠퇴는 '선진국'의 저주?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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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도 개발도상국 시절의 롤 모델은 더이상 필요 없어
'추월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K-스탠더드' 만들어야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27일 열린 여자 태권도 67kg 초과급 결승전은 몇가지 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이날 경기에서 은메달에 그친 이다빈(25·서울시청)은 경기에 패한 뒤, 헤드기어를 벗고 자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30) 선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열린 시상식. 메달을 수상한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총재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아니, 웃음기가 사라진 어두운 안색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첫 '노 골드'를 기록했기 때문일까? 

한국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금메달 3개를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2개, 2008년 베이징 4개, 2012 런던 1개, 2016년 리우데자네이로 2개까지 금메달만 12개(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를 땄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출전 전 종목 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도쿄에서 금메달 하나도 건지지 못한 것이 '수모'라고 한다. 종주국의 명예가 실추됐다고도 한다. 정말 그럴까?

이다빈은 경기 후 "내게 더 많은 간절함이 있었다면 금메달을 땄을 것 같다. 그 선수보다 부족한 점이 있어서 은메달을 딴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게 바로 정답이다.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도쿄올림픽에서 우리 태권도 선수들이 겨우 두 명의 메달과 '노 골드'에 그친 것은 결국, 경쟁자들보다 간절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이다빈은 27일 도쿄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 초과급 결승전에서 세르비아의 밀리카 만디치에게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2021.07.27. digibobos@newspim.com

물론, 우리가 태권도 종주국이기 때문에 약간 멋쩍고 씁쓸하기는 하다. 그렇다고 이걸 명예의 실추나 수치라고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런 결과를 예견이라도 했는지 뉴욕타임즈(NYT)는 25일 일찌감치 "태권도가 메달 획득이 어려웠던 스포츠 약소국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면서 "태권도는 모든 올림픽 종목 중 가장 관대한 종목으로 놀라운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이후 12개 이상 국가에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겨줬다. 코트디부아르와 요르단은 2016 리우에서 태권도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아프가니스탄은 2008 베이징에서 올림픽 유일한 메달인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도쿄에서도 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최초의 태권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번 도쿄의 '노 골드'는 역설적으로 우리 태권도의 국제화, 글로벌화를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210개국이 세계태권도연맹(WT)에 가입해 있다. 그만큼 태권도가 세계에 널리 퍼졌고, 실력 역시 평준화됐음을 말해준다.  NYT는 K팝과 K드라마, 김치볶음밥 등 K푸드 이전에 태권도가 한국이 처음으로 성공한 문화 수출이었다고 분석했다.

태권도가 스포츠 이전에 '매우 성공적인 문화상품'인 것은 분명하다. 태국의 태권도 첫 금메달은 한국 사범들이 1960년대 중후반 동남아 태권도 보급에 나선 지 50여 년 만에 일군 성과다. 이번에 금메달을 딴 여자 49kg급의 웡파타나낏을 조련한 최영석 감독은 2002년부터 20년째 태국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태권도 강국으로 키우고 있다. 이번 금메달로 최감독은 마치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처럼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다. 

이탈리아는 이번에 첫 금메달을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얻었다. 그러자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26일자 지면의 2개 면을 할애해 "한국에서 탄생한 무예, 아이들을 매료시키다"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태권도가 다른 무예에 비해 더 화려하면서도 덜 폭력적이며 전통보다는 혁신성이 돋보인다고 설명하면서, 2000년 올림픽 종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보급되면서 수련자 수가 유도나 가라데보다 많은 7천만 명을 헤아린다고 보도했다. 또 이탈리아태권도협회(FITA)에 정식 등록된 도장만 600여 개, 회원 수는 2만6천여 명에 달한다고 했다.

요르단에서 태권도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을 때도 요르단에서 3개월 만에 태권도복 5만벌이 팔렸다. 이번에 태권도로 조국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선사한 우즈베키스탄의 울루그베크 라시토프는 "3년 전 수도 타슈겐트 한 대학에 태권도 전문학부가 생겼다"고 전했다.

태권도가 '노 골드'라 입지가 위험하다고 한다면 복싱은 더 심각하다. 남자 복싱은 이번에 아무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역 예선전에서 모두 패했다. 오로지 여자 복싱 라이트급의 오연지와 페더급의 임애지 두 명만 출전했다. 

복싱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딴 건 88 서울올림픽이 처음이었다. 플라이급 김광선과 라이트미들급 박시헌이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금맥은 끊겼다. 이후 은메달과 동메달은 간간이 나왔지만, 시상대 맨 위에는 아무도 못 올라갔다. 

2000년 시드니에서는 노메달 수모를 겪었고, 2008년 베이징에서 동메달 1개, 2012년 런던에서 은메달 1개를 건지는 데 그쳤다.  2016 리우에서는 남녀 모두 지역 예선을 한 명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그나마 출전 선수 한 명이 도핑 테스트에서 걸리는 바람에 와일드카드로 티켓 하나를 가까스로 따냈지만, 16강에서 져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 남자 복싱은 60년 로마 동메달, 64년 도쿄 금메달, 68년 멕시코시티 동메달, 2012 런던 금메달의 4개에 그치고 있다. 64년 첫 금메달 이후 48년이 지나서야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는 처음부터 지금껏 노메달, 아무도 없다. 

OECD나 G7 반열에 든 국가에서 복싱과 같은 격투기의 존재가 미미해지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홍수환의 4전5기 신화, 1977년 카라스키야와의 대결에서 극적으로 승리해 당시 수경사 헌병들의 에스코트 속에 개선 퍼레이드까지 벌어졌던 일은 개발도상국 시절의 추억일 뿐이다.

<추월의 시대>라는 책(메디치 펴냄)의 6장은 제목이 '추격의 시대에서 추월의 시대로'다. 그렇다. 우리는 열심히 추격을 하다보니 어느덧 추월을 한 상태다. 이 책의 한 귀절을 인용해보자. "사실 한국 사회는 이미 객관적으로 '추격의 시대'를 지나 '추월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맞이하여 한국 사회가 국가 역량을 발휘하자, 이제는 지구상의 모두가 대한민국이라는 신흥선진국의 '추월 데뷔전'을 관람해버린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그런데 올 6월이 되자 이 책의 예언대로 UN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고, G7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을 G7처럼 대접했으며, GNI도 이탈리아를 추월해 실질적인 G7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복싱이 쇠퇴하고 태권도가 저조한 것은 선진국의 저주인가, 훈장인가. 그것은 저주도 훈장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런 흐름이다. 이제 우리는 '추월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스포츠 역시 '추월의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흐름으로 발전해야 한다. '추월의 시대'는 '쫓김의 시대'이기도 하다.

앞의 책은 이렇게 제시한다. "추월의 시대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것들이 바뀔까?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롤모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롤모델'을 꼽고 그 방향으로 진격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해왔던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그것의 장단점과 한계를 정리하고, 보완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K-스탠더드'가 성립할 것이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개발도상국 시절의 롤 모델은 더 이상 필요없다. '추월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K-스탠더드'를 만드는 것, 그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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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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