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스포츠 해외스포츠

속보

더보기

[조용준의 시시콜콜] 태권도와 복싱 쇠퇴는 '선진국'의 저주? 훈장?

기사입력 : 2021년07월28일 11:28

최종수정 : 2021년07월28일 16:12

스포츠에서도 개발도상국 시절의 롤 모델은 더이상 필요 없어
'추월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K-스탠더드' 만들어야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27일 열린 여자 태권도 67kg 초과급 결승전은 몇가지 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이날 경기에서 은메달에 그친 이다빈(25·서울시청)은 경기에 패한 뒤, 헤드기어를 벗고 자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30) 선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열린 시상식. 메달을 수상한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총재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아니, 웃음기가 사라진 어두운 안색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첫 '노 골드'를 기록했기 때문일까? 

한국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금메달 3개를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2개, 2008년 베이징 4개, 2012 런던 1개, 2016년 리우데자네이로 2개까지 금메달만 12개(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를 땄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출전 전 종목 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도쿄에서 금메달 하나도 건지지 못한 것이 '수모'라고 한다. 종주국의 명예가 실추됐다고도 한다. 정말 그럴까?

이다빈은 경기 후 "내게 더 많은 간절함이 있었다면 금메달을 땄을 것 같다. 그 선수보다 부족한 점이 있어서 은메달을 딴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게 바로 정답이다.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도쿄올림픽에서 우리 태권도 선수들이 겨우 두 명의 메달과 '노 골드'에 그친 것은 결국, 경쟁자들보다 간절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이다빈은 27일 도쿄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 초과급 결승전에서 세르비아의 밀리카 만디치에게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2021.07.27. digibobos@newspim.com

물론, 우리가 태권도 종주국이기 때문에 약간 멋쩍고 씁쓸하기는 하다. 그렇다고 이걸 명예의 실추나 수치라고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런 결과를 예견이라도 했는지 뉴욕타임즈(NYT)는 25일 일찌감치 "태권도가 메달 획득이 어려웠던 스포츠 약소국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면서 "태권도는 모든 올림픽 종목 중 가장 관대한 종목으로 놀라운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이후 12개 이상 국가에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겨줬다. 코트디부아르와 요르단은 2016 리우에서 태권도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아프가니스탄은 2008 베이징에서 올림픽 유일한 메달인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도쿄에서도 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최초의 태권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번 도쿄의 '노 골드'는 역설적으로 우리 태권도의 국제화, 글로벌화를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210개국이 세계태권도연맹(WT)에 가입해 있다. 그만큼 태권도가 세계에 널리 퍼졌고, 실력 역시 평준화됐음을 말해준다.  NYT는 K팝과 K드라마, 김치볶음밥 등 K푸드 이전에 태권도가 한국이 처음으로 성공한 문화 수출이었다고 분석했다.

태권도가 스포츠 이전에 '매우 성공적인 문화상품'인 것은 분명하다. 태국의 태권도 첫 금메달은 한국 사범들이 1960년대 중후반 동남아 태권도 보급에 나선 지 50여 년 만에 일군 성과다. 이번에 금메달을 딴 여자 49kg급의 웡파타나낏을 조련한 최영석 감독은 2002년부터 20년째 태국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태권도 강국으로 키우고 있다. 이번 금메달로 최감독은 마치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처럼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다. 

이탈리아는 이번에 첫 금메달을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얻었다. 그러자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26일자 지면의 2개 면을 할애해 "한국에서 탄생한 무예, 아이들을 매료시키다"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태권도가 다른 무예에 비해 더 화려하면서도 덜 폭력적이며 전통보다는 혁신성이 돋보인다고 설명하면서, 2000년 올림픽 종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보급되면서 수련자 수가 유도나 가라데보다 많은 7천만 명을 헤아린다고 보도했다. 또 이탈리아태권도협회(FITA)에 정식 등록된 도장만 600여 개, 회원 수는 2만6천여 명에 달한다고 했다.

요르단에서 태권도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을 때도 요르단에서 3개월 만에 태권도복 5만벌이 팔렸다. 이번에 태권도로 조국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선사한 우즈베키스탄의 울루그베크 라시토프는 "3년 전 수도 타슈겐트 한 대학에 태권도 전문학부가 생겼다"고 전했다.

태권도가 '노 골드'라 입지가 위험하다고 한다면 복싱은 더 심각하다. 남자 복싱은 이번에 아무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역 예선전에서 모두 패했다. 오로지 여자 복싱 라이트급의 오연지와 페더급의 임애지 두 명만 출전했다. 

복싱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딴 건 88 서울올림픽이 처음이었다. 플라이급 김광선과 라이트미들급 박시헌이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금맥은 끊겼다. 이후 은메달과 동메달은 간간이 나왔지만, 시상대 맨 위에는 아무도 못 올라갔다. 

2000년 시드니에서는 노메달 수모를 겪었고, 2008년 베이징에서 동메달 1개, 2012년 런던에서 은메달 1개를 건지는 데 그쳤다.  2016 리우에서는 남녀 모두 지역 예선을 한 명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그나마 출전 선수 한 명이 도핑 테스트에서 걸리는 바람에 와일드카드로 티켓 하나를 가까스로 따냈지만, 16강에서 져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 남자 복싱은 60년 로마 동메달, 64년 도쿄 금메달, 68년 멕시코시티 동메달, 2012 런던 금메달의 4개에 그치고 있다. 64년 첫 금메달 이후 48년이 지나서야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는 처음부터 지금껏 노메달, 아무도 없다. 

OECD나 G7 반열에 든 국가에서 복싱과 같은 격투기의 존재가 미미해지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홍수환의 4전5기 신화, 1977년 카라스키야와의 대결에서 극적으로 승리해 당시 수경사 헌병들의 에스코트 속에 개선 퍼레이드까지 벌어졌던 일은 개발도상국 시절의 추억일 뿐이다.

<추월의 시대>라는 책(메디치 펴냄)의 6장은 제목이 '추격의 시대에서 추월의 시대로'다. 그렇다. 우리는 열심히 추격을 하다보니 어느덧 추월을 한 상태다. 이 책의 한 귀절을 인용해보자. "사실 한국 사회는 이미 객관적으로 '추격의 시대'를 지나 '추월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맞이하여 한국 사회가 국가 역량을 발휘하자, 이제는 지구상의 모두가 대한민국이라는 신흥선진국의 '추월 데뷔전'을 관람해버린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그런데 올 6월이 되자 이 책의 예언대로 UN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고, G7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을 G7처럼 대접했으며, GNI도 이탈리아를 추월해 실질적인 G7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복싱이 쇠퇴하고 태권도가 저조한 것은 선진국의 저주인가, 훈장인가. 그것은 저주도 훈장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런 흐름이다. 이제 우리는 '추월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스포츠 역시 '추월의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흐름으로 발전해야 한다. '추월의 시대'는 '쫓김의 시대'이기도 하다.

앞의 책은 이렇게 제시한다. "추월의 시대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것들이 바뀔까?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롤모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롤모델'을 꼽고 그 방향으로 진격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해왔던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그것의 장단점과 한계를 정리하고, 보완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K-스탠더드'가 성립할 것이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개발도상국 시절의 롤 모델은 더 이상 필요없다. '추월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K-스탠더드'를 만드는 것, 그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digibobo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히든스테이지' 첫 주자 민주·김마누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개최하는 싱어송라이터 경연대회 '히든스테이지'가 드디어 막이 오른다. 20일 오후 4시 10분 유튜브 '뉴스핌TV'를 통해 공개되는 '히든스테이지'는 미래의 한국 대중음악을 이끌어갈 싱어송라이터를 선발하는 경연 대회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24팀(명)이 매주 2명(팀)씩 출연하여 실력을 겨룬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대회의 첫 경연 주자는 민주와 김마누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싱어송라이터 민주가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2025.06.19 oks34@newspim.com 민주(본명 김민주·24)는 스스로를 자유로운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아직까지 정형화된 음악 대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부른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고향 부산에서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세상 사람들과 만나왔다. 이번 '히든스테이지' 출전을 계기로 부산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다섯 살 때 김종국의 '사랑스러워'를 불러서 칭찬을 받은 것이 노래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7살 무렵부터는 빅뱅의 열렬한 골수 팬이 됐다.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연주했고, 성악을 공부하면서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아왔다. 자연스럽게 음대에 진학하여 음악 공부를 이어갔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김마누가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2025.06.19 oks34@newspim.com 밴드 '밍글'로 활동할 당시에 KT&G 상상 라이브 연습실 우승(2023)을 차지했고, 부산 MBC '마이스테이지' 가을 특집 출연(2024), KNN '마실가요, 따스함으로 물들다'에 출연(2024)하는 등 지역에서 음악 활동을 해왔다. 본인이 하고 있는 음악과 달리 개성이 넘치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좋아한다. 또 강렬하면서도 파워풀한 여성 로커 제니스 조플린의 음악도 좋아한다.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그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참가곡은 '언젠가 별이 될 우리에게'와 '수도 없이'라는 곡이다. '너가 외롭고 아프지 않았음 해/ 내가 외로워져 아파지더라도 말야/ 넌 좀 달랐으면 해. 나와는 말야/ 내가 흘린 눈물의 반의 반만 흘렸으면 해'라는 노랫말을 담고 있는 '언젠가 별이 될 우리에게'는 이타적 감성이 돋보이는 노래다. '수도 없이 많은 밤을 새웠어/ 수도 없이 많은 꿈을 꾸어 왔어/ 수도 없이 많은 사람 만나왔고/ 수도 없이 별 수도 없이/ 이제 나는 빈껍데기만 남아/ 아직도 꿈을 꿔/ 아직도 사람들을 만나며/ 밤을 새워'라는 노랫말을 가진 '수도 없이'는 코로나 시국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만든 노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민주. 2025.06.19 oks34@newspim.com 김마누(본명 김지범 ·34)는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는 싱어송라이터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언젠가는 음악을 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한다. 몽환적이면서도 따스한 분위기의 음악인 베드룸팝과 인디록을 지향한다. 베드룸팝의 대표주자인 Mac de Marco의 노래를 좋아한다. 엄청난 훅을 가진 그의 노래들과 일상 하나하나가 밈이 되는 스타일까지 마음에 든다. 제28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으며 JTBC '슈퍼밴드 1'에도 출연했다. 멜로망스의 7집 앨범 '너랑'의 작곡자이며,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OST에서 작사와 작곡, 노래까지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022년도 1월 'I'll Be There'로 데뷔했으며 올해 또 다른 앨범 발표와 공연을 준비 중이다. '히든스테이지' 출연을 계기로 국내뿐만이 아니라 크게는 해외 페스티벌 참가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의적인 사운드와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꿈이다. 오랫동안 곁을 지켜주고 있는 부모님, 연인, 친구들에게 주는 노래 'I'll Be There'는 김마누의 대표곡이다. '이제 내게 기대/ 내가 늘 옆에 있어 줄게'라는 노랫말처럼 한 편의 멜로영화처럼 아련하고 고요하다. 여기에 비 오는 날의 숨결과 사랑의 리듬을 표현한 'Tiny Couch'를 부른다. 'Tiny Couch'에서 김마누는 사랑이란 거창한 말 없이도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속삭인다. 'You hum that tune like you always do/ And I'll sing low, just like I promised to/ Your laugh fills me, baby I won't let go'라는 노랫말처럼 말 없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포옹과 같은 노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싱어송라이터 김마누.2025.06.19 oks34@newspim.com 미래의 싱어송라이터를 선발하는 '히든스테이지'는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녹화 경연을 진행 중이다. 9월 첫째 주 본선 경연이 끝나면 심사위원과 응원단의 점수를 합산하여 톱 10 진출자를 결정한다. 10월 1일 오후 서울 홍릉 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문화광장에서 마지막 톱 10 경연대회를 펼친다.  '히든스테이지' 대상(1명)은 500만 원, 최우수상(2명)은 각 300만 원, 우수상(1명)과 루키상(1명)에게는 각 200만 원 등 총 1,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또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상이 주어진다. 본선 진출자 모두에게 포트폴리오로 활용 가능한 라이브 클립 제작, 각종 공연 참여 기회 및 언론 인터뷰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 또 최종 우승자인 대상 수상자에게는 음원 발매를 지원한다. 뉴스핌과 감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서울특별시·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후원하는 '히든스테이지'는 대중음악계에서도 이미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하는 대회로 손꼽히고 있다. 제1회 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에이트레인과 최우수상 수상자인 파일럿과 우수상을 탄 미지니가 배출됐다. 지난해 2회 대회에서는 뉴스핌 '히든 스테이지' 대상에 이찬주, 최우수상은 헤밍·채겸이 차지했다.  oks34@newspim.com 2025-06-20 09:13
사진
한동훈의 깊어가는 '당권 고민'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당권 도전을 놓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한 전 대표의 출마에 무게가 실렸으나 최근 '친한(친한동훈)'계 측근들 다수가 출마를 만류하고 있어서다. 출마 땐 승산이 있지만 당내 다수파인 구 '친윤(친윤석열)'계의 벽에 가로막혀 당 쇄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참패에도 구 주류는 건재하다. 원하는 후보를 쉽게 원내 사령탑으로 만들었고, 당 개혁안을 다수의 힘으로 저지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한계와 쇄신파가 밀었던 김성원 의원이 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송언석 의원에게 완패했다. 30대 60으로 사실상 게임이 되지 않았다. 구 주류가 지배하는 당의 세력 분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개혁안은 이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탈락한 한동훈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4.05.03 photo@newspim.com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어렵사리 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 해도 이들이 비토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 중심의 다수파인 이들이 반대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당대회에서 63%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가 이들에 의해 쫓겨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전 대표의 출마를 강력히 주장했던 측근들조차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이다. 물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측근들 다수가 반대해도 본인이 출마를 결심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9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안 나온다고 하다가 나올 것"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고, 결국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한 전 대표가 패배한 것에 대해 "누군가는 '한동훈 비토가 세기 때문에 최종 결선 투표에서 진 게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지만 그때 실제로 한덕수 총리에 대한 지지세라는 게 있었다"면서 "그런 분들이 아무래도 단일화나 이런 것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문수 후보한테 갔던 것"이라고 봤다. 이 의원은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 전 대표가 김문수 후보와 일대일로 만약에 붙는다고 봐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기류는 출마 만류 쪽이다. 원내대표 선거 완패가 결정적 계기였다. 당 개혁안 표류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설령 대표가 돼도 현실적으로 당 쇄신은 요원하다고 본 것이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은 1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안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든지, 또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송언석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치열한 접전이 있었다든지 이런 식으로 당의 변화가 느껴지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등판하면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며 "지금 당내 분위기가 아직까지 많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만약 출마를 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제일 높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굉장히 복잡해졌다. 의견들이 5대 5라고 봤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그러다 보니 한 전 대표가 나와서 이런 당을 이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라며 "저항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친한계 핵심인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좀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출전할 수는 없다. 현실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친한동훈 그룹 내에서는 신중파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이라는 존재는 보수 재건의 최강병기인 동시에 최종병기, 마지막 보루"라며 "한동훈이 무너지면 보수 혁신, 보수 재건은 거의 물 건너간다. 그러니까 소중한 만큼 아껴 써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 인사 중 강력한 출마론자였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당의 최대 위기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출마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지만 최근 원내대표 선거와 당 개혁안 표류 등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대표가 돼도 구 친윤계의 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출마를 권유하는 게 맞는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한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간다. 한 전 대표는 출마 쪽에 무게를 싣고 조직 확산 작업 등을 해왔으나 측근 그룹의 만류와 쇄신과는 거리가 먼 당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출마냐, 포기냐의 기로에 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leejc@newspim.com 2025-06-20 07:5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