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에밀 조세프 카폰 군종 신부·콜린 니콜라스 칸 장군
"정부, 혈맹 인연 되새기며 참전용사들 희생과 헌신에 보답할 것"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유엔군 참전용사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참전용사들의 정신이 우리 국민의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서 고(故) 에밀 조세프 카폰 군종 신부의 유족과 콜린 니콜라스 칸 장군의 가족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군 참전용사에게 훈장을 친수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5.17 photo@newspim.com |
카폰 신부는 1950년 11월 1일에서 2일 사이에 열린 평안북도 운산지구 전투 시 중공군에게 포위되자 적의 집중포화에도 참호 사이를 다니며 부상병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중공군에게 포로로 잡힌 뒤 유엔군의 사기진작과 정신적 저항에 크게 기여한 공로가 있다.
1953년 폐렴으로 포로수용소에서 전사했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박애를 실천한 '6.25전쟁의 성인'으로 불리고 있으며, 2013년 4월 미국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추서받았다.
아울러 칸 장군은 호주 참전용사로 최전방 정찰 임무 수행중 적군 총탄에 폐 손상을 입었다. 이후 전투임무수행 공적 인정받아 1953년 영연방호주공보(Mentioned in Dispatches)에 등재됐다. 2000년 4월 호주 캔버라 한국전 참전 기념비 건립에도 기여했다.
행사에는 고 카폰 신부의 조카인 레이먼드 에밀 카폰, 칸 장군의 조카손녀인 캐서린 엘리자베스 칸이 대신 참석해 훈장을 받았다. 칸 장군은 건강상 이유로 방한이 어려웠다.
문 대통령은 카폰 신부에게는 태극무공훈장과 함께 6·25 전쟁 당시 미군 사용 철모로 국방부 유해발굴단 보관 유물을 활용한 카폰 신부 착용 십자가가 달린 철모 구현 기념물을, 칸 장군에게는 국민훈장 석류장과 함께 호주군이 참전했던 가평전투를 기리고자 가평석을 활용해 국가유공자 명패를 모티브로 한 기념석패를 수여했다.
특히 카폰 신부에게 선물한 철모 기념물에는 '자유와 평화를 위한 거룩한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We will never forget his divine devotion to peace and freedom.)'라는 문구를 새겼다.
칸 장군에게 선물한 기념석패에도 '영원히 기억하겠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이날 훈장 수상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카폰 신부의 유족과 칸 장군의 가족은 숙소에서부터 별도로 마련된 의전 차량으로 영빈관까지 이동했다. 수여식 행사장 도착 시에는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의 영접을 받았다.
또 청와대는 유엔사와 국군 의장병의 합동 도열 및 군악대의 연주를 통해 포상자 유·가족을 맞이했다. 국민의례 시 애국가와 함께 양국의 국가를 군악대가 연주하는 등 예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유엔군 참전의 날에 국무총리가 수여했는데, 오늘은 제가 역대 대통령 최초로 영광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며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두 분의 정신이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어 "카폰 신부님과 칸 장군님을 비롯한 스물두 개 나라 195만 유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은 대한민국의 긍지이자 자부심이 됐다"며 "정부는 '참전으로 맺어진 혈맹의 인연'을 되새기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카폰 신부님과 칸 장군님 두 분의 영웅과 참전용사들께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표하며, 함께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칸 장군은 소감 영상에서 "작게나마 한국 재건에 기여하고 훈장을 수여하는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반도의 영속적인 평화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훈장 수여식은 문 대통령 내외와 훈장 수상자인 카폰 신부의 유족, 칸 장군의 가족, 유엔군 사령관 및 부사령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한 교황청 대사 대리, 기독교·천주교·불교·원불교 군종교구장, 주한 미국대사 대리, 주한 호주대사, 국가보훈처장 및 국방부 장관 등 30여 명이 방역기준을 준수한 가운데 참석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