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생 30여명, 도쿄올림픽 역사 왜곡에 독도행
독도 입도는 불발…일부 학생, 스킨스쿠버 훈련 등 준비
학생들 "어떻게 독도 지켜야 할지 배웠다"
전문가들 "과학으로 독도 지켜야" 한 목소리
교사도 "지정학적 독도의 가치 등 다양한 학습" 필요 강조
[울릉도·독도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독도에 발을 디디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깨우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접안을 위해 선박·접안시설 관계자 10여명이 20분 넘게 분주히 움직였지만, 1m 넘는 너울성 파도 앞에 결국 포기를 선언했다. 독도에 들어가기 위해 몇 달을 준비해왔던 터라 학생들이 느낀 아쉬움의 크기도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일본이 도쿄올림픽에 독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자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를 학생들 스스로가 찾고 교과서에 없는 독도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찾아나선 체험학습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비록 독도 땅을 밟지는 못했지만, 시작 자체가 학생에게는 '답'이었다.
지난 5~8일 전국 초·중·고교생 27명을 포함한 독도 전문가, 경기도수중·핀수영협회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60여명의 독도체험단의 활동을 동행취재했다.
5일 오후 독도로 출항하기 전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 및 관계자들이 기념촬영 중이다 [부산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1.07.20 wideopen@newspim.com |
◆"학교에서 '독도는 우리 땅'만 배운 거네요"
지난 5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9000톤급의 부산 한국해양대학 실습선 '한나라호'는 흔들임 없이 독도로 나아갔다. 올해 대학 입시를 잠시 미룬 고3, 기말고사를 앞둔 초·중학생 등 각 급 학교에서 학생들이 참여했다. 잘 지키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생각이었다.
이번 독도체험은 민간 단체 주도로 추진됐다.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화연구소가 주관했고,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울릉군, 경기도수중·핀수영협회 등에서 전문가를 지원했다. 교과서에 없는 독도 이야기를 스스로 만드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부산에서 독도까지 소요된 약 10시간 동안 학생들은 선실에서 '독도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동·식물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어떻게 왜곡이 진행됐는지' 등 배경지식을 습득했다.
이번 행사의 핵심 중 하나는 사전에 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스킨스쿠버 전문가들과 독도 인근 해역에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직접 둘러보고, 스스로 기록하는 데 있었다. 동도와 서도 89개 부속도서로 구성된 독도의 어류와 식물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겠다는 계획으로 이에 대한 강의도 진행됐다.
경기 평택 한광여고에서 참가한 정민지 학생은 "아버지 취미였던 스킨스쿠버를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배웠다"며 "학교에서는 그냥 '독도는 우리 땅'만 배웠던 거 같은데, 이번 체험학습을 통해 독도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의 바다인 독도 인근 해역을 직접 탐사해 볼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여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훈련도 했다"며 "이번에는 바다 상황이 좋지 않아 어른들만 (독도 바다에) 들어갔지만, 언젠가 직접 독도 바다를 체험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도훈 대구 일마이스터고 3학년 학생도 "졸업 후 부사관으로 입대하는데,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다녀왔다는 자부심,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으로 살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5일 오후 독도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이 독도수비대 측에 전달할 기념품 제작 후 기념 촬영 중이다. [울릉도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1.07.20 wideopen@newspim.com |
◆"과학적 방법으로 독도 지켜야" 지적도
독도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과는 다르게 일본의 독도 왜곡에 대한 과거 우리나라의 대응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독도가 우리의 영토라는 점을 당연시 여기던 당시 분위기도 한몫했다.
2005년 3월 16일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한 후에야 우리나라는 독도전담팀을 꾸려 대응했고, 일본이 중학교 교과서 왜곡을 시작한 2008년 7월에 이르러서야 독도전담과가 공식 설치됐다.
독도와 관련한 연구 성과는 최근 빛을 보고 있다. 세계 최초로 발견된 독도긴털용선충, 세계 유일 식물인 울릉바늘꽃을 비롯해 우리나라에는 없는 새로운 비늘베도라치 미기록종 등 독도 관련 동·식물학적 연구 성과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체험학습 첫날 강연자로 나선 경상북도 전 독도수호대책본부장인 김남일씨는 '과학적 방법으로 독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활동을 통해 증명된 이론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이를 근거로 독도를 우리의 부속도서로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울릉도에서 만난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은 독도를 둘러싼 '해양 영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도를 둘러싼 해양 영토가 6만㎢에 이르며, 이는 대한민국 영토의 60%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독도가 일본영토로 귀속되면 해당 면적도 빼앗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6일 독도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이 울릉도에 있는 독도박물관을 방문한 후 기념촬영 중이다.[울릉도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1.07.20 wideopen@newspim.com |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일본의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으로 독도 식물생태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학생들에 설명했다.
현 소장은 "독도는 일본열도나 중국, 한반도와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는 '대양섬'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며 "바다에서 불쑥 솟아난 섬에 자연적으로 들어온 식물이 독특한 환경에서 변화를 계속하며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독도는 울릉도보다 150만년 전 이상 먼저 생긴 이른바 '형님 섬'으로 자생종을 판별하는 연구가 시급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보전계획도 세우고, 복원도 고려해야 미래 우리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7일 경기도수중·핀수영협회 구성원들이 독도 바다를 탐사 후 기념 촬영 중이다/제공=경기도수중협회 2021.07.20 wideopen@newspim.com |
◆독도 교육, 앞으로 어떻게
학생들은 독도 체험 과정에서 어떤 답을 얻었을까. 학생들이 독도 체험학습을 마치고 각국 대사관 및 정부 부처 장관 등에게 쓴 편지에는 '독도 교육'에 대한 문제점이 담겼다.
임주윤 평택기계공고 학생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쓴 편지에는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의 독도에 대한 견해는 무엇이었는지, 샌프란시스코 협약은 왜 추진됐으며 동아시아 지배구조와 독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등 교과서를 통해 배우지 못한 독도 이야기를 물었다 .
평택 청담중 정윤지 학생은 주한미국대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 영토인 독에 대해 미국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는 이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침묵하는 이유,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명확한 입장 등을 밝혀달라"고 했다.
현재 진행 중인 독도 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한국지리 교사는 "단순히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당위론'을 교육할 것이 아니라 '왜 우리땅인지'를 가르쳐야 한다"며 "독도의 지정학적 위치,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의 독도, 동·식물학적 가치 속에서 독도 등 다양한 방식의 수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릉도에서 만난 경북 울릉고등학교 3학년 조정현 학생도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련 근거를 모으고 만들어 해외로 홍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7일 경기도수중·핀수영협회 구성원들이 독도 바다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 중이다/제공=경기도수중협회 2021.07.20 wideope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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