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비금융정보 심사 평가 시스템 속도
"마이데이터 사업 이후 평가모형 정교화"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금융거래 이력이 없어도 통신정보·상권정보·SNS활동·고객리뷰 등으로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 개발·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비금융 대안정보를 활용한 '소상공인 특화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 적용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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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과 핀크가 출시한 대출 상품 '생활비 대출'. (사진=핀크) |
'소상공인 특화모델'은 나이스신용평가·KB국민카드 등 그룹 계열사 정보를 모두 동원, 통신정보·상권정보·사업성 분석 데이터·고객리뷰 등의 대안정보를 활용한다. 이 모델은 'SOHO 대출'에 활용된다. 국민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을 서둘렀다.
앞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의 '소매 신용평가 전략모델'을 개발 완료해 적용 중이다. 통신정보·부동산 자산·생활패턴 정보 등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신용평가의 정확성을 높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지금까지 금융거래정보가 부족해 대출이 어려웠던 금융소외계층에게 대출 물꼬를 터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BC카드사 가맹점 정보를 머신러닝을 통해 신용평가에 반영한 '비대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했다. 이는 기존 '비대면 중금리 신용평가모형'을 개선해 개인사업자에게 확대 적용한 것이다. 통신정보·유통정보·가맹점 정보 등을 활용해 금융정보가 부족했던 개인사업자들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나은행은 '배달의민족'과 손잡고 새로운 신용평가 개발에 나섰다. '배달의민족'은 2010년 6월 출시된 이래 현재 13만명의 소상공인이 가입한 배달 전문 어플리케이션이다. 매출액·영업 기간 등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들에게 자금 수혈의 길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에는 핀크와 함께 최대 한도 500만원의 대출 상품 '생활비 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통신비 사용내역 기반의 비금융 신용평가 방식인 '핀크 T스코어'를 활용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9월 출시를 목표로 SK텔레콤, KT 등과 손잡고 통신정보·상권분석 데이터 등을 반영하나 신용평가모형을 준비하고 있다. 연내 배달앱 출시도 앞두고 있는데, 배달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도 하반기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유통정보·결제정보 등 보다 다양한 대안 신용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안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 구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대출이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활로를 모색하고, 중금리 대출 시장의 숨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들이 대안 신용평가모델을 기반으로 금융이력이 부족한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새 신용평가모형 적용 이후 신용점수 820점 이하인 고객 비중이 일주일 만에 15.1%에서 25.9%로 확대되고 공급액도 2배가량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대안정보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는 훨씬 더 방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byhong@na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