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통신요금 대비 반값…홍보 부족에 보급 더뎌
합리적 급여생활 소비자라면 안쓸 이유 없어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지난 2015년 구글이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래스(MWC)에서 알뜰폰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다. 비슷한 시기 샤오미와 알리바바 등 세계적 정보기술(IT)기업들이 잇따라 알뜰폰 시장 진출 계획을 알렸다. 당시 한국에 알뜰폰 제도가 보급된지 5년째 되던 시기였다.
윤종규 KB금융회장은 이무렵 왜 글로벌 IT기업들이 알뜰폰에 주목할지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KT에서 사외이사를 하며 국내 통신시장에 대한 스터디는 이미 마친 상태였다. 이후 2017년 여름 KB금융그룹 임원회의에서 알뜰폰 사업 검토를 지시한다.
정탁윤 금융증권부 차장 / tack@newspim.com |
지금도 은행법상 통신업은 은행 고유업무와 관련이 없어 진출이 제한된 상태다. 이후 윤 회장은 은행법 개정은 쉽지 않으니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인정해 달라고 금융당국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가 마침내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혁신금융사업 1호'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미래엔 스마트폰이 곧 은행 지점이 될 것"이란 KB 경영진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시작한지 2년이 지났다. KB의 알뜰폰엔 고객이 유심칩만 꽂으면 공인인증서, 앱 설치 등 복잡한 절차없이 은행과 통신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기존 통신요금 대비 50~60% 저렴하다.
금융위 특례를 받아 어렵게 시작한 사업임에도 아직 뚜렷한 성과는 부족하다. 당초 가입자 100만명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10만명대에 불과하다. "은행이 휴대폰을 파는게 말이되냐, 그럼 아예 쌀도 팔고 배추도 팔지 그러냐"는 노조 등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또 국내 이동통신 3사와 그 자회사들의 강한 기득권과도 경쟁하고 있다.
아직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다. KB는 사업 초기 홍보 강화를 위해 방탄소년단(BTS)과 '옹벤져스', 연예인 이승기씨 등을 홍보모델로 쓰기도 했다. 최근엔 기존 온라인 중심에서 택시나 버스정류장 등 오프라인쪽으로도 광고를 체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알뜰폰이 국내 시장에 처음 나온 것이 벌써 10년째이지만, 60대 이상 노년층들이 쓰는 폰이란 인식 역시 넘어야 할 과제다. 다행히 최근 들어 아이폰 등 요금이 저렴하고 약정에서도 자유로워 MZ세대를 중심으로 '합리적인 소비'라는 인식이 퍼지며 가입자가 1000만명에 육박한 것은 고무적이다.
최근 만난 양원용 KB국민은행 리브모바일사업 단장은 "알뜰폰을 알고 있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급여생활자라면 당연히 써야 하는 것이 알뜰폰"이라며 "기존 이통3사의 통신망을 쓰기 때문에 품질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안쓸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양 단장은 "은행이 통신서비스를 하는 것이 고객들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입증이 되고 좋은 결과물이 있으면, 지금은 KB만 할 수 있지만 미래에는 다른 모든 은행에서 할 수 있게 된다"며 "그런 점에서 KB국민은행이 프런티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