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건 개성공단기업협회 수석부회장 인터뷰
"입주기업엔 지금이 최악의 시간...명맥만 유지"
"공당 재개 발목잡던 워킹그룹 종료, 나쁘지 않아"
[편집자주] 2016년 2월 북한의 무력 도발로 남북경협의 상징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지 이제 5년이 지났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개성에 투자했던 기업인들은 큰 타격을 입었고 그 이후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언젠가 공단이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회사가 정상 가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개성공단 재개에 맞춰 조금이라도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피해보상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에 뉴스핌은 개성공단 기업의 현주소을 짚어보고 기업인들의 절박한 바람을 들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한미가 워킹그룹 종료를 검토키로 합의했다. 결국 재조정이라는 의미이고 큰 기대를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발 더 전진한 것으로 본다. 살아난 불씨가 다시 타오를 수 있도록 정부가 공단 재개에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야 한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희건 (주)나인 대표는 최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이희건 개성공단기업협회 수석부회장 2021.07.05 oneway@newspim.com |
나인은 2008년도에 개성공단에 입주해 남녀 속옷을 생산하던 기업이다. 모든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그렇듯 이 대표 역시 남북관계가 화해와 갈등을 거듭하면서 울고 웃었다.
이 대표는 2016년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일방적인 공단 출입 금지를 결정하며 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가동 중단 직전인 2015년에 비해 매출액이 30% 수준으로 떨어졌고, 결국 지난해 구조조정과 거래처 정리를 거쳐 현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협회 활동을 통해 기업들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과 정부의 지원,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호소해왔다. 공단 재개 실마리가 과거에도 여러차례 보였으나 한미워킹그룹의 방해로 번번히 좌절을 맛봐야 했다고도 토로했다.
그는 "지난 2019년 8차례의 방북 신청 끝에 정부의 승인이 난 적이 있다"면서 "당시 북측에서도 승인을 했고 날짜와 인원까지 최종적으로 정해졌으나 갑작스레 정부 관계자가 대기하라고 입장을 바꾼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승인을 기다리기만 하다가 결국 방북이 유야무야됐다"면서 "정부에서도 승인이 됐고 북한과도 합의된 사안이 갑작스레 좌초된 것은 결국 워킹그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미 정부는 워킹그룹 운영울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워킹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 큰 기대를 할 수 있는 단계는 솔직히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 이면에는 미국에서 좀더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생겼고, 정책 개발 등을 통한 지속적인 제안을 통해 북측과 실마리를 하나씩 잡아나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이희건 개성공단기업협회 수석부회장 2021.07.05 oneway@newspim.com |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어떤 계기로 개성공단에 입주를 하게 되셨나
▲ 나인은 남자 여자 언더웨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2008년에 들어가게 된 배경은 당시 국내에서는 노동집약사업 업종의 제조를 계속 영유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노사문제나 인건비 상승, 인력난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국내에서 제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이전에 80년대 말부터 계속 중국에서 이전하지 않았나.
우리 회사도 OEM 기업으로 국내에서 생산활동을 영유하다가 중국을 들어가려고 했다. 다만 중국도 이미 인건비 상승에 각종 보험 등으로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 들어갔던 기업이 야반도주를 할 정도라고 들었다. 이후 행보를 고민하다가 개성공단이 열리고 정부에서 여러 회담을 통해 유리한 정보를 받고 신청하게 됐다.
이후 2008년에 입주했다. 그때만 해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 선정이 되면 정말 축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말이 통하고 인건비, 무관세, 기동력에서 이점이 이보다 좋은 곳이 어디에 있겠나. 주변에서는 로또에 당첨됐다며 축하한다는 말을 받을 정도였다.
-공단 입주 기간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재는 5년이 넘게 공단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공단에 입주하고 있는 기간 내내 남북 간에는 예민한 대치상황이 있었다. 삐라나 군사훈련 문제였다. 그럼에도 공단은 그 관계없이 가동이 됐다. 박왕자 사건,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태를 거치면서 불안했지만 가동은 정상적으로 됐다. 물론 천안함 사건으로 5·24조치가 내려졌지만 공단은 관계가 없다. 다만 2013년에 북측에 의해 중단됐다가 재가동될 때 그때도 우리 6개월 간 힘들긴 했다.
당시 우리는 이전 6개월 간 힘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OEM 의존도를 줄여서라도 자구노력 차원에서 돌파구를 찾아야겠다 해서 브랜딩을 시작했다. 당시 20여개 기업이 참여한 '개성공단 공동브랜드를 만들었다. 그 명칭이 남북남녀 시스터 브라더 합쳐서 시스브로라는 이름이었다.
이후 개성공단은 어떤 정치군사적 상황이 오더라도 정상가동한다고 합의가 됐었다. 가동되고 난 다음에 2년 정도를 정상적으로 잘 했다. 그런데 갑자기 2016년 2월에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단 출입을 막았다.
이 때문에 사업이 결국 2년만에 중단됐다. 그러다보니 투자했던 기업들은 다시 다 원위치가 돼버렸다. 저희 회사의 경우 매출이 매년 줄어왔다. 처음에는 70%에서 지난해 같은 경우는 2015년 대비 30% 수준으로 줄었다. 급기야 작년에 결국 구조조정을 하고 직원도 정리하고 이익이 남지 않는 원청과의 거래도 다 스스로 정리해버리고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지난달 15일 통일대교남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물품 나눔에 대한 북한의 호응과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기업인들 뒤로 마스크를 실은 트럭이 자리잡고 있다. 2021.06.15 oneway@newspim.com |
-현재 협회 부회장을 맡고 계신다.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
▲중소기업중앙회 7층에는 개성공단기업협회가있고, 이를 지난해 11월 중기벤쳐부로부터 인가받았다. 사업 목적이라고 하면 그동안 개성공단 기업협회는 통일부 사단법인으로 공단 현지 관련이나 통일부 관련한 제반 사항을 협회에서 대표단체로 주관해왔다.
경제논리로 들어간다고 하면 기업들이 정부의 경제 부처와도 긴밀한 유대소통을 통해 우리가 도움받을 부분은 도움을 받고 해야 하는데 현재 5년 이상 중단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심각한것이 기업들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이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겠나. 자문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에서의 관심도 높여서 정부로부터 지원도 받고 이런 목적에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한 협동조합을 작년 11월에 창립하게 됐다.
과거 2016년 2월 중단됐을 당시 정부 합동대책반에서 지원책을 5차례에 걸쳐서 내줬다. 여러 항목들이 있는데 거의 다 1년 이후에는 종료가 됐다. 다수의 사업은 경제부처와 연관되는 사업이었다. 이것을 어떻게든 복원 시키고 기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이런 부분으로 현재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전국 조합은 중기중앙회가 구심점이 돼서 중기벤쳐부나 산업부 등 경제단체, 산하 경제단체나 경제부처 기관을 통해 사업을 하고있고 기업협회는 현안으로서 개성공단 재개나 지원 부분도 통일부에서 계속 요청을 하고있지만 개성공단 재개나 피해에 대한 해결되지 않은 이런 부분을 계속 통일부, 국회 측에 요청하고 소통하고 있는 중이다.
현지 상황은 최근에도 협회하고 조합하고 해서 현재 기업들의 실태를 쭉 조사해봤다. 예상한 대로 최악의 시간을 겪고있다. 여기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은 자금 아니겠나. 그 다음에 기타 마케팅이나 연구개발 등 여러가지를 요구하는 기업들도 있고. 자금 부분에 있어서는 전부 어렵기 때문에 통일부나 중기벤처부나 보증기관이나 이런 곳을 통해 자금 수혈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걸 통일부에 정식으로 요청을 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건 공단 재개다. 근데 재개는 기업 의지로 될 수 잇는 것도 아니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남북관계가 복원된다면 개성공단은 첫 단추로 시작될 것이 아니냐는건 전문가나 기업이나 한 목소리다. 기업들도 물론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국 이 부분은 정부의 몫이다.
그다음 중요한 것이 피해에 대해서 최근에 타결은 안됐지만 자영업자 소상공인 소급하나 지원하나 논란은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벌어지고 난 다음에 정부조치로 제한을 받아서 입은 손실에 대해서 정부에서 보상을 해준다는 논리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정부에서 강제조치해서 완전 폐쇄를 시켰는데 우리는 뭐냐는거다. 무게중심으로 따지면 우리는 기업을 절단을 내버린거고. 지금 자영업자는 제한적인 영업은 하지않나. 이 내용과 관련해 2016년 2월 중단되고 국회에서 2~3차례특별법이 발의가 됐다. 다만 그 때마다 진전이 안됐다. 이 부분을 다시 국회에 호소를 하고 있다.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해 정상적인 배상이 됐든 보상이 됐든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단 기간 동안에도 공단 재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여러 계기들이 있었다.
▲8번째 방북 신청 만에 정부 승인이 난 적이 있다. 2019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방북 계획 인원이랑 일자까지 시설점검을 3일에 걸쳐 하기로 북측에서도 합의했고 승인을 한 적이 있다. 날짜 인원이 정해져서 기업들도 들어가서 점검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관계자가 갑자기 부르더라. 확정이 되고 2주전에 준비하고있는데 부르더니 잠시 대기해달라고 통보했다. 그게 듣기로는 워킹그룹에서 연기신청이 왔다고 들었다. 북한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근데 이게 워킹그룹에 의해 연기되는 바람에 북한에서는 우리정부에서 승인이 돼고 북한당국도 승인했는데 유야무야 된건 워킹그룹 논리가 있다.
5년 반 동안 묶여있는 우리 자산 상황을 살피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7~8차례 방북신청을 했고 올해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 거뒀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통일대교 남단에서 북측에 마스크. 가족들에게 전달이라는 명목으로 110만장 보내주겠다고 한 적이 있다. 북측에 있는 우리 직원들이 어떤 상황인지 살피고, 개성에 그대로 남아있는 우리 공단 상황도 살피고 싶었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호응해달라. 북쪽도 해달라는 내용으로 호소를 했다.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있다고 하면 방북을 신청해서 북측을 설득해보자 해서 북측에서 호응이 온다고 하면 마스크 보내야할게아니냐. 그 시점에서 방북신청을 해서 기업들이 들어가서 남북 간 합의됐던 부분 복원시키고 실현시키자 해서 통일부 노력도 당부했는데 들려오는 답은 현재 통신선이고 뭐고 다 중단된 상태에서 언론에서 띄우는 보도 모니터링을 하는 것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니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방북 여건만 성사되면 언제라도 방북해서 보자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2021.04.27 oneway@newspim.com |
-최근 한미가 워킹그룹 종료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개성공단 재개에 워킹그룹이 큰 걸림돌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보고 계시나.
▲ 결국은 재조정이라는 의미인데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발 더 전진한걸로 분석을 한다. 큰 기대를 솔직히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래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워킹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던 것은 사실이 아닌가.
우리가 요구했던 미국이라는 나라를 분명히 설득시켜야 하는건 사실이다. 최근에는 미국쪽에서도 성김 대북특별대표가 조건없는 대화를 북측에 얘기했지만 북한에서는 쓸 데 없는 소리 하지말라고 일축한다. 큰 진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에서 좀더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 정책 개발을 통해 제안할 수 있는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해서 실마리를 하나씩 잡혀나가지 않을 까 하는 기대는 하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의 메시지가 부족하다. 워킹그룹 종료 합의 이후 희미하게나마 켜진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과거 2019년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없이 개성공단을 열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고 그 당시가 골든타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시 우리 정부에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었겠지만 일단 열자고 합의를 한 다음 국제사회에서 공동으로 호소를 하던지, 절차를 밟을 수 있었을텐데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북한에서는 우리에게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우리가 선언이라도 해놓고 국민 공감대도 올려놓고 야당도 설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하려고 하는 의지를 보여야한다. 기회가 되는대로 우리 의지는 확실하다는 메시지를 던졌으면 한다. 공동으로 노력하자고하면 얼마나 좋나.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미국에 방문해서라도 개성공단 재개 복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미국정부 설득시키겠다는 의지 보였다. 그래도 기대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