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목적이더라도 군 장병들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실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29일 인권위에 따르면 해병대 중대장 A씨는 지난 1월 17일 상근예비역 B씨를 포함한 다른 상근예비역에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배포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이 아닌 '구글지도 앱'을 설치하도록 했다. A씨는 B씨 등의 위치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B씨가 퇴근한 뒤에도 GPS를 상시적으로 켜고 있도록 지시했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A씨는 소속 상근예비역이 코로나19 검사와 관련한 허위보고를 한 적 있으며, 이에 따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상근예비역의 동선 등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또 B씨 등의 동의를 받아 앱을 설치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구글지도 앱'은 휴대전화 소지자의 현재 위치뿐만 아니라 과거 정보까지 모두 열람이 가능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침해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A씨와 B씨가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B씨가 A씨의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A씨의 지시가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코로나19 인권보호지침'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인권보호지침은 '보건 모니터링은 기간과 범위가 제한적이어야 하며, 개인 감시와 접촉자에 대한 추적 조사 및 이동 동선 기록은 엄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활용하라는 상급 부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구글지도 앱'을 설치하도록 한 것은 피해의 최소성 등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돼 헌법 제17조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권위는 A씨가 실제로 B씨 등의 GPS 기록을 확인하지 않았고, 이번 조치가 소속 부대 장병의 허위보고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해 A씨에 대한 주의 조치를 권고했다. 상급 부대인 해병대 모 사단장에게는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부대에 이 사건 사례를 알리고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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