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 지키기, 정면 돌파 불사
'독하다'에서 '뉴LG 청사진 그려냈다'로
[편집자] 오는 29일은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구 회장은 지난 3년간 내적으로 재무전문가를 중용해 내실을 다지면서 외적으로 통큰 투자로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소극적인 모습의 LG그룹과는 분명 대비되는 행보라는 평가. 구 회장의 결정적인 '네 가지 결단'을 중심으로 지난 3년의 행보를 돌아봤다.
[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구광모 3년'은 실용노선의 연속이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성장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사업은 과감하게 도려냈고,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은 정면충돌을 불사하더라도 확실하게 지켜내고자 했다.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도 챙길 건 챙기는 식이다. 과거 인화 중심의 LG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행보다.
◆ 주력 사업 챙기기…국내외 가리지 않고 소송
28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LG그룹 전반에서 사업재편으로 미래를 도모하면서도 배터리, OLED, 전장 등 3개 캐시카우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구 회장은 이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면 대내외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배터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2년 동안 치열한 소송전을 치렀다. LG화학은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제기했고, 같은 해 5월에는 SK이노베이션을 경찰에 산업기술 유출방지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며 포문을 열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CEO 등 양사 수장의 회동이 무산됐고, 경찰이 SK이노베이션을 압수수색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양사가 ITC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하자 정부까지 나서 중재를 요청했다. 지난 1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나섰지만 양사는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지난 4월 극적인 합의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이 현금과 로열티를 각각 1조원씩 지급하기로 하면서 치열했던 소송전이 막을 내렸다. 구 회장 입장에서는 실리와 명분을 모두 쟁취한 셈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제공 = LG] |
삼성전자와 오랜 기간 빚었던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그간 LG는 삼성과 브라운관 TV 시절부터 크고 작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합의로 종결된 사례도 있었지만 2012년 디스플레이 기술을 두고 관계자들이 기소되기도 했다.
LG전자는 2019년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삼성전자 QLED 8K TV에 대해 화질 선명도 기준이 국제 공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저격했다. 이후 LG전자는 공정위에 삼성전자를 허위과장 표시광고라며 신고했고,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자사 제품을 언급하면서 공정 경쟁을 훼손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하는 맞불을 놨다.
지난해 양사가 신고 취하에 합의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LG전자는 미니 LED TV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품명은 'QNED'로 퀀텀닷(Quantum dot)과 나노셀(Nanocell)의 첫 글자 Q와 N을 합쳤다.
문제는 삼성에도 QNED가 있다는 점에서 불거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 QNED를 개발 중이다. '퀀텀 나노 발광다이오드(Quantum Nano Emitting Diode)'의 앞 글자를 이어 붙였다. 아직 제품화 단계를 밟지 못했지만 삼성 입장에선 LG전자가 제품명을 가로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LG전자가 기존 계획대로 QNED를 출시한다면 갈등에 재차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외 계열사들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6월 쿠팡을 대규모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LG생활건강은 쿠팡에게 부당 반품을 요구 받았고, 이를 거절하자 쿠팡이 거래를 사실상 중단했다는 내용이었다. 쿠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오는 8월 공정위의 제제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업체들도 대상이 됐다. LG전자는 지난 17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TCL을 상대로 제기한 LTE 표준특허 침해 금지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TCL은 LG전자의 LTE 통신표준특허가 적용된 휴대폰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없게 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월18일 오후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출시 예정 제품들의 디자인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제공 = LG] |
◆ 구광모號 '뉴LG' 앞당긴다
취임 초기 구 회장의 LG는 '독해졌다', '공격적이다'는 이미지로 보여졌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선대 회장들의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 '새로운 회장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임원들의 생존경쟁'이라는 해석까지도 내놨다.
하지만 구 회장 취임 3년을 맞은 현재의 LG 이미지는 다르게 불린다. '그룹 체질 개선으로 뉴LG 청사진을 그려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LG그룹의 실용 중심 노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구 회장은 2018년 8월 취임 후 열린 첫 사장단 협의회에서부터 "선제적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인재 확보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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