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과거 팀원들과 송년회식 후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사망
법원 "사적 친목 모임 아냐…업무 관련성 인정"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송년 회식 후 귀가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경우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숨진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내렸다고 21일 밝혔다.
한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27일 일을 마치고 지역사업부문 3개 팀 책임급들을 대상으로 하는 송년 회식에 참석했다. 당시 회식은 여러 차에 걸쳐 이뤄졌는데, A씨는 1·2차 회식을 마친 뒤 과거 같은 팀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이 모인 술자리로 이동해 술을 마셨다. 계산은 모두 회사 법인카드로 이뤄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A씨는 이튿날 자정을 넘겨 집 부근에 도착해 도로를 건너던 도중 뒤에서 주행하던 마을버스에 치여 도로 경계석에 충격당하는 사고를 당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듬해 1월 2일 사고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과 외상성 쇼크 등으로 사망했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청구를 했지만, 공단 측은 "당시 송년회식은 회사가 주관한 공식적인 모임이 아니라 A씨가 다른 부서 사람들의 연락을 받고 간 사적인 친목 모임이므로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에 해당한다"며 청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마지막으로 참석한 회식이 1·2차 회식의 연장선상에서 개최된 게 아니더라도, 회사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업무상 회식이고 A씨 또한 사적 친분이 아닌 업무상의 이유로 참석한 것이라면 이 사건 사고는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마지막 회식은 사적인 친분관계가 아니라 회사 내 지역마케팅팀 전·현 소속이라는 직책 및 담당 업무의 연관성에 따라 개최됐고 참석자 전원은 이 회사 소속 현직 직원이었다"며 "사고 발생 경위 등에 비춰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도중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사고는 A씨의 과실만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가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해 운행한 잘못이 경합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 사고 장소 또한 A씨의 주거지 부근으로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퇴근하던 도중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A씨의 일부 과실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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