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딸이 사망한 이후 손자를 키우고 있는 외조부도 사위(손자 친부)를 상대로 양육비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일 미성년 A군의 외조부 B씨가 A군의 친부인 C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상고심에서 B씨의 양육비 청구인 자격을 인정하고 C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B씨는 이송소송 중이던 딸(A군의 친모)이 사망한 2016년 5월 이후 A군을 맡아 양육했다. 이후 C씨를 상대로 미성년후견 및 친권상실심판을 청구했고, 외조부는 미성년 후견인으로 선임됐고 친부의 양육권도 제한됐다.
A군의 친부는 A군의 친모와의 이혼소송 중 사전처분에 따라 친모에게 양육비로 월 70만원씩 지급했으나, 친모가 사망하고 외조부가 A군을 양육한 무렵부터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관건은 미성년후견인이 가정법원의 결정을 통해 사건본인(외손자)을 양육할 권한을 갖는 경우 비양육친(친부)을 상대로 양육비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다.
1심은 청구인(외조부)에게 청구인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미성년 후견인은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 행사를 통해 친부모를 상대로 이미 사용한 양육비를 청구할 수는 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은 양육비를 미리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심은 청구인에게 청구인자격을 인정하고 청구 중 일부를 인용했다. 이혼과 자녀의 양육책임을 규정한 민법 837조를 유추 적용해 미성년 후견인인 B씨가 C씨를 상대로 양육비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며 C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C씨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은 "장래 양육비의 경우 현행 민법, 가사소송법상 입법공백으로 인해 미성년후견인이 비양육친에 대해 미리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이 때문에 피후견인인 미성년 자녀를 충분히 보호·교양할 수 없게 되면 친자법의 기본 이념인 '자녀의 복리'와 이를 위해 개정을 거듭해 온 민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친권의 일부 제한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권한을 갖게 된 미성년후견인도 민법 제837조를 유추적용해 비양육친을 상대로 양육비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 관계자는 "입법 공백 상황에서 법원이 민법 제837조의 유추 적용을 허용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기 위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 첫 판시"라고 설명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