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급락으로 수신잔액 증가폭 3.7조서 0.5조 수준으로 급락
연초 업비트 제휴로 급성장..."차별화된 서비스 나와야할 때"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올해 케이뱅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금융사업 성장을 이끌겠다던 구현모 KT 사장의 계획이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가상화폐 붐이 사그라들면서 업비트와의 제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던 케이뱅크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린 것.
케이뱅크의 급성장이 대부분 업비트 효과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에 케이뱅크의 성장이 '반짝' 붐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적시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12조9600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보다 5000억원 이상 늘어났지만 증가폭은 전월(3조7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지만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했다.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수신잔액은 각 26조690억원과 12조9600억원으로 2배 차이가 난다.
KT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케이뱅크가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연초 가상화폐 붐이 일어나면서다. 케이뱅크는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지난해 6월부터 독점 제휴하면서 업비트의 이용자를 그대로 자사 고객으로 끌어모았다. 업비트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 실명계좌를 트려면 케이뱅크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케이뱅크도 지난해 6월 135만명 수준이던 가입자 수가 지난 4월 기준 537만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고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비율도 같은 기간 36%에서 73%까지 성장했다.
케이뱅크의 성장세가 급등하자 케이뱅크의 최대주주 BC카드를 자회사로 거느린 KT의 기대감도 커졌다.
지난 3월 열린 KT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사장은 "30% 수준인 금융, 미디어, 콘텐츠 등 플랫폼 사업 비중을 2025년까지 50%까지 높여 회사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 간담회(코퍼레이트 데이)에서도 "지난 1년이 미디어 사업에 대한 그림을 완성시키는 것이었다면, 앞으로 1년은 금융 쪽에서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 들어 꾸준히 금융플랫폼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인데,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구 사장이 금융플랫폼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케이뱅크의 달라진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반토막나면서 거래량이 줄자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 성장세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가상화폐 붐으로 지난 1~4월 신규 가입자 중 66.8%가 2030세대일 정도로 젊은 고객이 늘어난 만큼 MZ세대를 잡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제휴 덕분에 마케팅비 지출없이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이용자를 묶어둘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취임한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은 코퍼레이트 데이에서 올 하반기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앱) 개편 및 오픈뱅킹 등 신규 서비스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