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청계광장~고산자료 구간 개통
차도와의 높이 조절 등 안전 중심 도로 구축
특정구간 역주행 및 행인충돌, 장애물 등 심각
헬멧 착용자 거의 없어, 자발적 안전장비 착용해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지난달 30일, 청계광장에서 고산자교(동대문구)까지 연결된 자전거 전용도로가 개통됐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 자전거도로는 이미 조성된 청계천 하류와 중량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면 한강 뚝섬까지 연결된다.
서울시가 시 전역에 구축하는 23.3㎞ 규모의 이른바 자전거 '대동맥'의 핵심이기도 한 청계천 자전거도로. 기존 차도를 축소하지 않으면서도 차도와 분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는 친환경 도시를 꿈꾸는 서울의 주요 사업이기도 하다.
청계광장에서 바라본 청계천 자전거 전용도로 전경.[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1.06.03 peterbreak22@newspim.com |
직선구간 5.94㎞, 청계천을 중심으로 양방향 11.88㎞로 구축된 청계천 자전거도로를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해 직접 달려봤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로 구성은 인상적이지만 역주행부터 장애물까지 정상적인 주행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맞아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해 보인다.
◆차도보다 높은 자전거도로..."안전이 최우선"
광화문역 인근에서 따릉이를 대여하고 청계광장으로 이동해 페달을 밟았다. 평소 자전거를 거의 타지않은 '자린이(자전거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초보를 의미함)'인 기자의 현실을 반영해 사람이 붐비지 않는 오전 9시 30분에 조심스럽게 출발했다.
청계천 자전거도로의 첫인상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점이다. 도로와 높이를 다르게 구성해 자동차와의 거리 확보는 물론 예상치 못한 충돌 위험성도 크게 낮췄다. 인도와 함께 구축된 구간에서는 가로수를 안쪽으로 이동시켜 자전거가 이동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교차로 구간에서 도로 턱을 낮춰서 진입을 수월하게 한 부분에 인상적이다. 여기에 곳곳에 자전거 전용도로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고 중간중간 쉴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했다. 자전거도로의 가장 큰 미덕이 '안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다.
차도보다 높게 구축된 청계천 자전거도로. 차량과의 거리 확보 및 우발적인 출동 가능성이 낮춰 안정성을 확보했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1.06.03 peterbreak22@newspim.com |
하지만 을지로를 지나 동대문시장이 시작되는 구역에 돌입하자 정상적인 주행이 어려울 정도의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행인과 역주행, 장애물까지...아찔한 동대문 구간
우선 인도가 없어지고 자전거 전용도로만 남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운행을 막고 이동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이 구간은 동대문시장 상인과 손님들이 많은 지역이다. 자전거도로 이용 방침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탓인지 물건을 옮기는 사람들과 매장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자전거도로에 몰렸다. 자전거 전용도로임을 알리는 표지판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여기에 인근 상점에서 버린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가 도로를 가로막고 있기도 했으며 아무 꺼리낌이 없이 역주행을 시도하는 자전거와 행인들도 적지 않았다.
쓰레기로 막힌 자전거도로. 안전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1.06.03 peterbreak22@newspim.com |
또한 흡연자들이 자전거 도로 안쪽에서 청계천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는 경우도 많았다. 도로의 절반 이상이 이들로 인해 막혀 버린 것. 사고 위험 때문에 도저히 주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식은땀이 흐를 정로의 아찔한 상황을 몇 차례 경험한 이후, 주행을 포기하고 자전거를 끌고 이동했다.
협소한 자전거도로에서 발생하는 역주행이나 행인과의 충돌은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청계천 자전거도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근 상인들과의 협의를 통해 충분한 공간확보 및 올바른 보행방법 등을 알리는 작업이 시급해 보였다.
◆헬멧없이 달리는 사람들...안전수칙 강화해야
행인과 역주행, 쓰레기 등 온갖 장애물들이 가득한 동대문 지역을 벗어나자 다시 쾌적한 청계천 '감상' 구간이 펼쳐졌다.
청계천 8가에서 고산자교까지 이어지는 이 구간은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함께 구성돼 충분한 공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산책중 아무 생각없이 자전거도로로 뛰어드는 사람들만 없다면 여유로운 라이딩이 가능한 수준이다.
목적지인 고산자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10분. 안전을 위해 충분히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여러차례 쉬면서 주변 상황을 살펴본 탓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보다 자전거에 익숙한 사람이 출퇴근을 위해 속도를 낼 경우 20~30분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였다.
자전거도로를 역주행 하는 행인의 모습.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1.06.03 peterbreak22@newspim.com |
청계천 자전거도로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구축된 점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수준이다. 행인과의 공존이나 주변상인들의 협조, 역주행 방지 방안 등이 마련되면 더욱 안전한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안전관리도 시급해 보였다.
40여분의 주행동안 10명이 넘는 자전거를 만났지만 헬멧을 착용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돌발상황이 많은 도심 환경을 감안할때 아무리 짧은 거리를 느리게 이동해도 기본적인 안전장비 정도는 반드시 착용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해 보인다.
peterbreak22@newspim.com